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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의 현장] 천당과 지옥 사이 배선우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데뷔한 배선우. (사진=오상민 기자)

[레저신문=오상민기자] 이제 겨우 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데뷔한 배선우(25ㆍ삼천리)는 한 달 사이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선 이틀간 5오버파를 치고 일찌감치 짐을 쌌다. 반면 요코하마 타이어 골프 토너먼트 PRGR 레이디스컵에선 대회 최종일 우승 경쟁을 펼치다 벌타를 받고 자멸했지만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리며 무서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열린 티포인트×ENEOS 골프 토너먼트에선 다시 한 번 컷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선 비교적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이며 13위에 자리했다.

코스도 환경도 낯선 타지 무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이라도 데뷔 첫 시즌부터 매 대회 상위권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뚝심의 배선우 역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달성하며 상금순위 2위에 올랐지만 일본 무대 데뷔 후에는 두 차례나 컷 탈락을 당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선우의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국내 무대에서 4승을 달성한 실력자로 지난 시즌은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각각 정상에 오르며 상금순위 2위를 차지했다. 거기에 긍정적 마인드와 쿨한 성격을 지녔고, 나이도 아직 20대 중반이어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대단히 빠르다. 어릴 적부터 일본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접하면서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힌 덕에 데뷔 첫해 낯선 무대라도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없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계기도 일본의 아이돌 그룹 아라시(Arashi)를 좋아해서였다.

배선우는 2009년 홋카이도에서 열린 메이지 초콜릿컵(현재 홋카이도 메이지컵)에서 전미정(37)이 우승하는 모습을 TV로 보며 일본 진출 생각을 처음 갖게 됐다. 엉뚱하지만 배선우의 마음을 훔친 건 우승 부상으로 제공된 메이지 초콜릿이었다.

무엇보다 존경하고 따르는 일본 선수들이 많다. 마쓰다 레이, 가쓰 미나미(이상 21), 하라 에리카(20) 등 황금세대(1998~1999년 사이 태어난 일본 여자 골프선수) 선수들은 배선우에게 먼저 다가와 관심을 보인다.

4개 대회를 통해 드러난 배선우의 문제점은 그린 부적응이다. 국내 잔디와는 전혀 다른 그린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오상민 기자)

최근 JLPGA 투어에 데뷔한 일본의 어린 선수들은 한국의 대중문화와 한국음식, 한국어에도 관심이 많다. 그것을 빌미로 배선우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선수도 있는 듯하다. 5년간 국내 투어에서 쌓아올린 명성을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일이 없으니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배선우는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 고(故) 구옥희의 일본 데뷔 당시와 비슷한 점이 많다. 구옥희는 일본 진출 전에도 국내에서 16승을 올려 주목받는 선수였다. 돋보이는 실력을 갖춘 만큼 일본인들도 존경의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특히 통산 8승의 상금여왕 출신 다카무라 히로미(66ㆍ일본)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가 호스트로 있던 모임의 멤버가 됐다. 구옥희는 그 모임에서 통산 20승으로 두 차례나 상금여왕에 오른 시오타니 이쿠요, 통산 17승의 다카스 아이코(이상 67ㆍ일본) 등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일본어가 서툴렀던 구옥희가 일본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원동력이었다.

문제는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굴곡진 플레이다. 배선우는 국내에서도 시즌 초반보다 중후반 플레이 내용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중반에는 한층 안정된 플레이를 펼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일본 그린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굴곡진 플레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하지만 지난 시즌 단 한 차례도 컷 탈락이 없을 만큼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던 그다. 올 시즌 4개 대회에서 두 차례의 컷 탈락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원인은 그린 부적응에 있다. 올 시즌 JLPGA 투어 펑균 퍼트(라운드당) 52위(30.9)로 쳐져 있을 만큼 국내와는 전혀 다른 그린 빠르기와 롤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2006년 오야마 시호(42ㆍ일본)가 상금여왕에 오를 당시 스윙코치였던 제이 윤(한국명 윤원섭) 프로는 배선우의 높은 성공 가능성엔 동감하면서도 “일본 코스(특히 그린) 적응에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일본 그린 특성에 맞는 퍼팅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를 앞두고 미야자키 UMK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배선우 역시 그린 적응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같은 고라이잔디(금잔디)라도 한국과는 많이 달라 헷갈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배선우는 역대 한국 여자 프로골퍼의 JLPGA 투어 도전사를 통틀어 가장 준비가 충실했던 선수 중 한 명이다. “언니가 있을 때 빨리 와”라며 배선우의 일본 진출 결심에 결정타를 날린 신지애(31ㆍ쓰리본드)는 멘토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을 정도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스스로의 결점을 빨리 찾아내는 일뿐이다. 냉탕과 온통을 오가는 사이 더 많은 것을 잃기 전에 말이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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