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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의 현장] 이보미 홍행 논리의 허실
2015년과 2016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여왕에 오른 이보미. 올해는 2011년 JLPGA 투어 데뷔 이래 가장 저조한 시즌을 보냈다. (사진=오상민 기자)

“나이스 버디!” 천둥 같은 갤러리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이레(들어가)! 아~!” 다른 한쪽 홀에선 하늘이 무너질 듯 아쉬운 탄성이 쏟아졌다. 마지막까지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살얼음판 승부가 갤러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연장전 승부까지 펼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 파이널 라운드 풍경이다.

리코컵은 시즌 중 우승자와 상금순위 25위 이내 선수들이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메이저 대회다. 올해는 신지애(30ㆍ쓰리본드)와 배희경(26)의 플레이오프 혈투 끝에 신지애의 역전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신지애는 시즌 4승이자 JLPGA 투어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메이저 대회 3승이라는 위대한 기록까지 남기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리코컵 파이널 라운드에서 신지애와 연장전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문 배희경. (사진=오상민 기자)

사실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흥행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15년과 2016년 상금여왕이자 일본 여자골프 최고 스타인 이보미(30ㆍ노부타 그룹)의 결장이 컸다. 이보미는 올 시즌 24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했고, 컷 탈락은 9차례나 당하며 상금순위 83위에 머물렀다. 2011년 JLPGA 투어 데뷔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하지만 이보미는 매 대회 구름 갤러리를 이끌 만큼 여전히 무거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보미 버금가는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김하늘(30ㆍ하이트진로) 역시 성적 부진으로 리코컵 출전이 좌절됐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활약 유소연(28ㆍ메디힐)과 하타오카 나사(19ㆍ일본)는 일본여자오픈과 TOTO재팬 클래식에서 각각 우승했지만 결장을 통보했다. 상금여왕도 안선주(31ㆍ모스버거)로 확정된 상황이어서 흥미 반감 요소가 적지 않았다.

리코컵 대회장 미야자키컨트리클럽 한 편에 마련된 올 시즌 우승자 포스터. (사진=오상민 기자)

대회는 첫날부터 신지애와 배희경이 공동선두로 나섰다. 이 역시 일본 골프팬들의 관전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요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리코컵에 대한 일본 골프팬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나흘간 1만7176명의 유료 입장객이 방문, 이보미와 김하늘이 출전한 지난해(1만3441명)보다 3735명이나 많은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았다. 대회 시작 전 많은 량의 비가 내린 1라운드(2033명)를 제외하면 라운드 당 갤러리 수도 지난해를 크게 웃돌았다.

대회장 인근 호텔은 모처럼 행복한 주말을 보냈다. 대회장 인근은 물론 10㎞ 가량 떨어진 아오시마(青島) 지역 호텔도 대부분 만실을 기록했다. 호텔은 물론이고 다인실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빈 객실을 구하기가 어려울 만큼 리코컵 관전을 위해 타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리코컵 파이널 라운드에서 신지애와 연장전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문 배희경. (사진=오상민 기자)

고바야시 히로미(55) JLPGA 회장은 대회 직후 대성공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흥행ㆍ대회운영ㆍ경기력 면에서 전부 만족할 만한 대회였다는 것이다. 협회는 리코컵을 앞두고 갤러리 서비스를 대폭 늘리고 코스 세팅을 새롭게 하는 등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선 마지막까지 우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것이라며 만전을 기한 코스 세팅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모두의 합작품이었다. 선수는 완벽한 코스 세팅에 눈부신 경기력으로 보답했고, 갤러리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관전하며 갈수갈채를 보냈다. 이번에도 일본 선수 우승은 좌절(5년 연속 외국인 선수 우승)됐지만 뜨거운 경기력을 눈앞에서 관전하며 골프 플레이의 진수를 다시 한 번 만끽했다

리코컵 우승으로 시즌 4승이자 한 시즌 메이저 대회 3승을 달성한 신지애. (사진=오상민 기자)

흥행카드 이보미 없는 흥행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투어 운영 시스템이 뒷받침한 결과다. 이렇다 할 자국민 스타가 없는 JLPGA 투어가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보미는 JLPGA 투어 흥행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스타플레이어다. 하지만 ‘슈퍼스타 이보미’도 완벽한 투어 시스템이 뒷받침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충실한 투어 시스템은 선수들의 입장을 최우선 배려하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환경이다. 선수들은 충실한 투어 시스템 속에서 좋은 플레이로 보답할 것이다. 20대 중반만 되면 어린 후배들 눈치를 보다 30대를 전후해 은퇴를 고민하는 투어 환경에선 스타가 머물 수 없다.

JLPGA 투어는 전 세계 스타플레이어들의 대결장은 아니다. 이렇다 할 일본인 스타도 없다. 최근 10년간 일본인이 차지한 상금여왕은 세 차례이 불과할 만큼 한국인 기세에 눌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기본에 충실한 투어 시스템 덕이다. 미완의 골프강국 대한민국에 놓인 과제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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