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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의 현장] 국산 골프볼 브랜드의 생수 콤플렉스
볼빅이 일본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6년 3월 무광택 컬러볼 비비드 출시 이후다. (사진=오상민 기자)

볼빅이란 무엇인가. 밑도 끝도 없는 물음에 선뜻 골프볼을 떠올린다면 분명 한국인일 것이다. 만약 생수를 떠올렸다면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Volvik(볼빅)은 ㈜볼빅(회장 문경안)에서 생산하는 국산 골프볼 브랜드다. 컬러볼로 널리 알려졌으며,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가 좋다. 최운정(28), 이미향(25)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활약 한국 여자선수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장타자 버바 왓슨(40ㆍ미국)이 사용해 유명세를 탔고, 2016년부터는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다.

반면 Volvic(볼빅)은 프랑스의 미네랄워터 브랜드다. 에비앙(Evian)의 생산 업체이자 프랑스의 다국적 식음료 생산 업체 다논그룹의 제품이다. 수입 미네랄워터 중에선 에비앙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잘 팔리는 생수로 알려졌으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모카와 메구미. 올 시즌 볼빅 계약 선수로서 활약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대부분의 일본인은 볼빅이라는 명제 앞에서 미네랄워터를 떠올린다. 영문 표기는 마지막 한 문자가 다르지만 가타카나(외래어나 외국 지명 등에 사용하는 일본 문자) 표기법(ボルヴィック)과 발음은 완전히 같아서 볼빅이란 밑도 끝도 없는 물음엔 실체 파악이 불가능하다. 만약 일본인에게 볼빅이 골프볼 브랜드라고 설명하면 ‘에에~~!?’라는 긴 감탄사가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국산 골프볼 볼빅은 같은 이름의 생수 브랜드가 깊숙이 뿌리를 내린 일본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6년 3월 출시된 무광택 컬러볼 비비드(VIVID)가 일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수출 물꼬를 튼 것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는 대만 선수 베이브 리우. 2016년 볼빅 계약 선수로서 활약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하지만 지금부터가 문제다. 일본은 골프볼 마케팅 경쟁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긍심과 신뢰도가 높아서 자국민 지지를 등에 업은 다수의 일본 브랜드가 미국 브랜드와의 판매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골프볼 시장 상위 3개 브랜드를 뽑으라면 스릭슨, 브리지스톤, 타이틀리스트다. 스릭슨은 수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브리지스톤과 타이틀리스트는 판매 개수와 매출 부문에서 2ㆍ3위 자리를 주고받고 있다. 뒤이어 캘러웨이골프와 카스코, 혼마, 테일러메이드, 프로기아(PRGR), 미즈노 등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아쉽지만 볼빅은 이들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실정이다.

볼빅은 일본의 약 750개소 판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알펜(Alpen) 그룹이 운영하는 일본 최대급 골프전문점 골프5에선 볼빅을 취급하지 않는다. 볼빅의 일본총판을 맡고 있는 가미야 히데키(神谷秀樹) 씨에 따르면 과거에 교섭은 있었지만 세일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선수들과 계약이 성사되면서 일본 내 볼빅 이미지는 크게 개선됐다. (사진=오상민 기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강조할 수 없는 사회적ㆍ문화적 배경도 풀어야할 과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산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일본총판인 ㈜FDR이 ‘미국에서 뜬 브랜드’라는 명제를 표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세계 시장을 석권한 타이틀리스트도 일본 진출 초기엔 고전을 면지 못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다년간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됐다. 적극적인 세일즈와 제품 성능 개선, 프로선수 계약 등 골프볼에 필요한 마케팅을 인내력 있게 추진한 결과다.

볼빅은 2016년부터 아시아 최대 골프박람회 재팬골프페어에 참가했다. 대형 부스를 설치해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진=오상민 기자)

직접적 언급은 없더라도 일본 현지인들의 볼빅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 않은 듯하다. 지난 3년간 볼빅의 진정성 있는 마케팅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격적인 일본 수출 길에 오른 2016년 이후 베이브 리우(25ㆍ대만), 시모카와 메구미(35ㆍ일본) 등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선수들과도 계약을 성사시켰고, 지난해부터는 아시아 최대 골프박람회 재팬골프페어에 대형 부스를 차려 빅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골프볼 전문 기업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충북 음성에 볼빅 골프볼 제조공장이 있는 만큼 제품 성능 개선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실제로 일본 내 매출 상향곡선은 뛰어난 성능이 뒷받침했다. 볼빅 판매점 관계자들에 따르면 볼빅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은 대부분 여성인데, 처음엔 컬러풀한 디자인에 끌려서 구매했다 비거리 성능이 마음에 들어 볼빅 팬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본의 골프전문지 ‘알바(ALBA)’에 실린 볼빅의 광고 기사. 볼빅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현지인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고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반면 지금은 볼빅보다 한 발 앞서 있는 프로기아, 혼마, 미즈노 등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에 의존하고 있어 골프볼 성능 개선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볼빅에게 남은 최대 과제는 마케팅의 지속성이다. 세계 골프볼 시장의 맹주로 부상할 것인지, 미네랄워터의 그늘에서 사라진 반쪽 신화에 그칠 것인지는 ‘볼빅이란 무엇인가’란 밑도 끝도 없는 물음의 답변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볼빅은 무엇입니까.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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