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골퍼들은 골프장에 갔다 오면 코스에 대하여 말이 참 많다. 
“홀이 어쩠느니, 그린이 어쩠느니”하면서 설계에 대하여 이 평가, 저 평가로 밥상에 최고의 안주 감으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에는 너무나 낭비스럽고, 불필요한 것 들이 많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의도에 따라, 지형과 기후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코스설계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 특별 컬럼을 기고한다.
사실상 알고 보면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 몇 가지의 관점에서 풀이하면서 결정적인 노하우를 찾아보고자 한다.

■코스설계를 탓하는 것은 등산가가 산을 탓하는 것과 같다.
위와 같이 결론부터 먼저 내리고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이 세상 어느 등산가가 산을 탓하던가. 코스도 산처럼 모름지기 도전하고 정복할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 첫 번째 해석이다. 역사 이래 프로가 코스를 탓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생각한다. 만약 있었다면 그는 변명만 늘어놓는 아마추어급으로 치부될 것이다.

■코스설계는 수험생에게 풀어보라고 출제한 문제지일 뿐이다.
수험생이 문제지를 두고 시비를 하고 출제자를 평가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약 자기 기준에서 시비를 하는 것이 정석이라면 사법, 행정고시를 패스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탓을 남에게 전가하는 사람이 연상이 되는 대목이다. 
마치 의사가 기침을 하는 환자를 보고 “왜 기침을 하느냐”고 탓을 하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면 알 것이다. 기침이 바로 문제지인 것이다.

■설계를 탓할 사람은 따로 있다. 오너와 총지배인 두 사람이다.
골퍼야 어떤 코스든지, 마치 시험 문제지처럼 어떤 것이든 정복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위의 두 사람은 전혀 그것에 도전하고 정복할 목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경제 원칙에 맞게 잘 운영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설계가 엉망이 되어 잔디가 다 죽어, 마치 산에 입산금지를 시킨다든지, 안전사고가 생기면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되니 설계 자체가 사업의 생명이고, 운영자들에겐 편함 아니면 고통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즉, 오너는 경영이념과 사업관, 총지배인은 잔디생육, 경기진행, 고객만족에 대해 의견을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의무이다. 그런데도 놀랍게도 간혹 설계자가 위의 두 사람이 말하는 의견제시를 탓하는 경우가 있다. 소위 관여하지 않기를 부르짖는 그 설계자도 프로 수준이 아닌, 아마추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비포 매니지먼트(Before management)가 설계 성공의 승패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때 두 사람의 의견이란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반드시 사전 의견이어야 하는 비포 매니지먼트(Before management)이다. 
또한 설계자의 작품에 대한 창조적 발상을 건드려서 창작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설계의 공모작을 선정하는 과정처럼 딱 그대로 과업을 진행해야 된다는 것이다. 즉, 설계자는 드라마의 작가와 같아야 한다.
그 반대는 설계과정이나 드라마 방영 중에 사공이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 결과 설계는 국적불명으로 정체성마저 잃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짜깁기가 되어 사업적인 기회 손실의 요소가 된다. 마치 구단 관계자가 경기가 진행 중인 야구 감독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것과 같다. 사공이 많으면 ‘다수결 설계’가 되어버려 설계자의 심리상 창작성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필자의 경험을 통해서, 100% 완벽히 히트를 친 사례 3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너가 설계자와 컨설턴트에게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만 수없이 반복했던 핀크스와, 중국의 백작원과 스톤베이CC이다. 다시 말해 이사람, 저사람 관여하고 참견하면 골프장의 정체성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들 모두가 중국 10대 골프장, 세계 100대 골프장에 쉽게 진입하였다. 현란한 용병술의 승리인 것이다. “잘 부탁합니다”가 곧 비포(Before) 전략이었던 것이다. 결국 필자는 꼼짝달싹 못하는 창조적 포로가 되어 충성을 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는 모두가 승자이고 누구도 잃은 것이 없는 환상적 결과물을 보였다.

■ 코스 난이도의 높낮음이 코스의 좋고 나쁨의 대상은 전혀 아니다.
등산가들은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갖고 있는 히말라야, 한라산, 청계산을 두고 난이도 등으로 서로 비교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코스를 두고 골프장을 맞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바보로 취급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례가 허다하니 그것이 문제이다. 
김세영의 31언더파 코스나, 이븐파로 우승한 어느 코스를 두고 ‘좋은 코스다, 나쁜 코스다’라고 비교 평가 할 수 없다.
이는 어떤 의미도 어떠한 가치도 없는 것이다. 다만, 흥행을 위해서는 모름지기 언더파가 많은 것이 좋다. 특히 일반 아마 골퍼는 더욱 그러하다.

■ 코스 설계자와 골퍼는 영원한 게임관계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코스설계를 해석하는 노하우는 사실상 없다고 한 것은 산은 산 그대로 보아는 것이다. 오로지 도전하고 정복하는 것일 뿐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노하우는 따로 있다. 그것은 ‘코스설계자와 골퍼는 영원한 게임관계’로 볼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코스설계를 해석하는 진정한 노하우인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여도 모두 풀어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코스디자이너가 마음대로 설계 한 번 해 봐”하는 개념이다. 참고로 한국의 골퍼들은 파 70의 코스를 선보인다면 파 72가 아니라고 시비를 걸 것이다. 잘못된 인식과 지식이다. 국제화가 되려면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세계 100대 코스 중 38%, 10대 코스 중에는 50%가 파 72가 아니다. 즉, 아무 가치도 없는 엉뚱한 시비는 대부분 하나를 알고 전부를 아는 척하는 사람 때문이다.

■ 최근에 벙커를 없애는 골프장을 두고 비판을 하곤 한다.
벙커를 없애는 골프장을 두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난이도를 줄이면 그건 내가 스코어를 더 줄여야 본전이 된다는 오토매틱 한 생각 때문이다. 그 정도의 사고법의 인물이라면 그는 이미 전문가적으로 보면 프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이 관점이 바로 코스설계를 해석하는 노하우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코스도 산처럼 있는 그대로를 두고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스스로 찾기를 바란다.
골퍼의 의식도 이제는 프로수준으로 확실히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골프 산업도 1등 국가 반열에 등극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개념으로 골프 코스 설계의 ‘기술문화’ 차원에서의 과제는, 설계의 본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전체를 볼 줄 아는 균형감각을 지녀야 한다. 설계의 기술문화에 대한 개념의 보급과 확산을 할 책임은 각 골프장의 간부급 이상과 각계의 골프전문가 들이 담당을 해야 우리 골프계를 획기적으로 그리고 빨리 계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안용태 대한골프전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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