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33번째 대회 노부타 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에 출전한 안신애. 올 시즌 자신의 6번째 일본 대회다. (사진=오상민 기자)

선풍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데뷔전을 치른 안신애(28)가 21일 끝난 노부타 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에서도 섹시퀸 선풍을 이어갔다.

안신애의 일본 진출 자체가 선풍이었다. 스타 부재 속 불안한 호황을 이어가던 일본 골프계는 섹시퀸 선풍이라는 이상기류 속에서 골프 저변 확대 기대감을 꽃피웠다. 기대감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대회장 갤러리는 증가했고, TV 시청률도 전년도 같은 대회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는 자극적인 문구로 선풍을 거들었다. ‘무릎 위 30㎝ 미니스커트’, ‘섹시한 풍모’, ‘풍만한 가슴’ 등 스포츠 기사로서 적정 수위를 넘나드는 표현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TV 스포츠뉴스와 심야방송, 아침 와이드쇼에서도 안신애 소식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평소 골프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도 안신애란 이름정도는 알고 있을 만큼 선풍의 위력은 막강했다.

대회 첫날 핑크색 상의와 흰색 미니스커트를 예고했지만 대회당일 위아래 핑크컬러 의상을 입고 출전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안신애는 올 시즌 JLPGA 투어 출전권이 없다. 지난해 말 열린 퀄리파잉 토너먼트(QT)에서 71위를 차지하며 조건부 시드조차 얻지 못했다. 그러나 안신애는 스폰서 초청으로 6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6개 대회 중 4차례는 컷 탈락해 상금순위 139위(66만875엔), 메르세데스랭킹(올해의 선수)은 140위에 머물러 있다. 시즌 중 출전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리랭킹도 85위에 머물러 하반기 출전 기회마저 잃었다. 안신애가 내년 시즌 JLPGA 투어에 출전하기 위해선 다시 한 번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QT를 통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신애는 매 대회 구름 갤러리를 이끌며 식지 않은 인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노부타 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가 열린 마스터스골프클럽은 평일임에도 매 라운드 100명 가까운 갤러리가 안신애 플레이를 지켜봤다. 대회 개막 하루 전에는 김하늘(하이트진로), 이보미(이상 30ㆍ노부타 그룹)와 함께 주요 선수 미디어 인터뷰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JLPGA 투어에 데뷔한 안신애는 이번 대회까지 총 20개 대회에 출전했다.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닐 만큼 섹시퀸 선풍은 여전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사실 안신애의 섹시퀸 선풍은 일본 언론의 호들갑에 의해 상당 부분 부풀려진 감이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일부 기자들은 안신애 인기의 실체를 궁금해 한다.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그보다 안신애의 섹시퀸 선풍과 한류(韓流)의 상관관계를 알면 그의 인기 실체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풀릴 듯하다.

한류는 한국의 문화가 해외로 전파돼 인기리에 소비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확하게 언제부터라고 할 순 없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TV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K-POP) 등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해외 유통과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골프 한류는 해당 선수의 성적만으로 거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의 팬덤, 외국 기업의 후원, 그로 인한 국내 골프시장의 매출 증진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좋은 예로 이보미와 김하늘은 일본에서 두터운 팬덤을 구축했고, 일본 기업의 후원까지 이끌어냈다. 이보미와 김하늘을 응원하는 팬들은 간단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음식과 문화를 접하게 됐다. 틀림없는 골프 한류다.

안신애의 섹시 콘셉트는 지금껏 일본 대회장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보미, 김하늘과 함께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오상민 기자)

안신애는 지금껏 골프 대회장에서 볼 수 없던 섹시 콘셉트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안신애를 응원하는 갤러리의 시선이 그의 미니스커트를 향해 있든, 풍만한 가슴에 고정돼 있든, 그것은 팬들의 선택일 뿐 인기의 실체를 판단하는 기준일 순 없다.

과거 선수들은 악착같이 경기력 향상에만 주력했다면 ‘세리키즈’ 이후 세대에선 실력과 외모(패션ㆍ개성)까지 갖춘 만능 스포테이너들이 대거 등장했다. 스포츠스타 팬덤이 두터운 일본에선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그에 비하면 골프 한류는 매우 더딘 속도로 미비하게 발전하고 있다. 안신애의 섹시퀸 선풍에도 골프 한류의 체감온도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일본인들의 시선이 온통 섹시퀸 안신애를 향해 있어도 그가 사용하는 장비와 입고 있는 골프웨어엔 국산이 없다. 주목 받는 스타가 탄생해도 산업 발전 여지는 근본적으로 희박하다. 준비되지 않은 한류다. 산업이 없는 반쪽짜리 미완의 골프강국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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