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그린콘서트 입추여지 없는 관객석

그린콘서트를 통해 가족을 생각하고, 세대 간의 교감과 반성하는 시간이 되다

지난 5월 26일 토요일 10시가 넘어서야 그린콘서트가 끝났다. 밀물처럼 빠져나가는 가운데서도 유독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를 줍는 가족이 포착됐다. 공연이 끝난 뒤 잔디밭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아버지는 초등학생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공연문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반면 맨 앞줄에 있던 팬클럽 중심의 젊은 친구들은 쓰레기를 방치한 채 좋아하는 가수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 훈훈한 장면을 보면서 자선으로 열리는 그린콘서트를 만들기를 잘했다고 자위해본다.

그린콘서트 공연을 전세계로 알리는 언론사 기자들

그린콘서트 정신은 자선실천입니다.

슈퍼주니어 이특.신동을 만나러 날아온 세계 한류 팬들

다음날 공연을 위해 밤세워 무대를 설치하는 스탭들

그런가하면 콘서트가 열리기 전날 1천5백명이 넘는 관객들이 밤을 세우기 위해 몰려 들었다. 심지어는 3일전부터 해외에서 온 팬들이 트렁크를 든 채 골프 연습장 아래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자기들만의 질서와 룰이 있어 오는 순서대로 손목에 숫자를 써가면서 콘서트를 기다렸다. 하지만 밤 10시가 가까워 오자 자동차에 아이들을 태운 부모들이 들어오면서 질서는 아수라장이 됐다. 3일간 지켜온 룰을 한순간에 뒤집는 부모들로 인해 고성이 오갔다. 결국 기성세대들이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룰에 편입되긴 했지만 단지 어른이라는 것 하나로 이들의 질서와 룰을 무너트리려 했다. 뿐만아니라 모든 불만을 골프장 측에 넘기면서 “고발하겠다” “동영상을 찍어서 방송에 제보하겠다”며 부모들은 억지를 부렸다. 

이 상황을 지켜본 골프장 관계자들은 억울해 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자선봉사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항의하고 고발까지 하겠다고 하니 왜 이런 행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세대 간의 교감과 성찰을 통해서 반면교사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는 것을 행사가 끝나면 모두가 안다. SNS를 통해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자선행사로, 골프장 코스까지 내놓은 주최 측에 감사를 드린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바로 이들이 있기에 그린콘서트는 18년째 계속 진행되어 오고 있다.

올해 콘서트장을 뜨겁게 달군 워너원 공연

▲보름 남겨놓고 결정된 워너원 출연으로 지구촌이 들썩이다
올 2월 그린콘서트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었다. 국내 최고의 아이돌 그룹 “워너원이 온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접촉을 했다. 빡빡한 스케줄, 안전사고 등으로 인해 현실 불가했다. 출연진 포스터도 나왔고 티켓도 이미 돌려진 상태에서 지난 5월 7일 극적으로 워너원 출연이 확정됐다. 그린콘서트가 자선이라는 점과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선배 유명 톱 아이들이 다녀갔다는 점이 이들을 움직였다. 지난 5월8일 SNS를 통해 워너원 전격 출연을 알리자 한 시간도 안 돼 전화가 불이 났다. 사실을 확인하고 전 세계에 팬들이 한국을 찾기 위해 분주해진 것이다. 그린콘서트 다음 주에 워너원 서울투어가 있어 연습과 CF 촬영 등이 있는데도 그린콘서트 참여 확정은 팬들과 관계자들에겐 감동 그 자체였다. 결국 전 세계 한류 팬 4천여명이 몰려들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전날밤부터 몰려드는 관객

▲멀리 부산과 해남 작은 섬에서 그린콘서트를 찾아온 부녀
딸에게 그린콘서트를 보여주기 위해 멀리 해남 인근의 섬에서 배를 타고 KTX를 타고 서원밸리를 찾은 부녀는 하루 밤을 꼬박 지새우면서도 즐거워했다. 딸만 혼자 보낼 수 없어 함께 왔다는 부녀는 아버지는 유익종, 왁스 팬이라고 했고 딸은 워너원, 펜타곤, 모모랜드 팬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 친구와 동행한 두 친구는 부산부터 서원밸리 여정을 영상으로 담아 SNS에 올렸다. 공연이 끝나는 시간까지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실었고, 학창시절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왔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온 팬들도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 슈퍼주니어 이특을 보기위해 왔던 프랑스 팬은 올해도 이특과 신동을 보기 위해 다시 그린콘서트 장을 찾았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가족은 딸의 생일 축하 선물로 공연장을 왔는데 골프장이 너무 아름답다며 원더풀을 연발했다. 태국에서 찾아온 12명의 워너원 팬클럽은 마침 그 다음주에 워너원 공연이 있어 올 준비를 했는데 골프장 공연 정보를 알고 일주일 먼저 왔다며 행복해 했다. 이외에도 멀리 핀란드, 미국, 남미 등지에서도 공연을 보러 서원밸리를 찾았다.

▲골프장 코스 9개 홀 주차장이 꽉 차서 되돌아가는 손님께 “죄송하다” 사과
서원힐스 동코스 9홀을 주차장으로 개방했지만 자동차가 모두 꽉 차는 바람에 더 이상 댈 곳이 없어 돌아간 관객도 많았다. 코스관리동, 서원밸리 주차장, 남코스 가는 터널 및 결혼식장 주차장등이 꽉 차서 결국 발길을 돌려야 하는 관객들마저 생겼다. 멀리 공연을 보기위해 오신 분들에게 주최 측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가족 나들이에 특공대원들의 무술 시범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

▲콘서트 문화가 바뀌고 있다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20년 가까이 되면서 새롭게 문화가 장착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낮에 놀다가 저녁에 돌아가는 관객, 늦은 저녁에 콘서트만을 보려오는 관객으로 나뉜다. 물론 대부분의 관객들은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아와 텐트를 치고 밤늦게까지 싱그러운 자연과 음악을 감상하고 돌아간다. 따라서 4만5천명이 다녀가도 전혀 붐비지 않는다. 여기에 100만평 가까이 되는 골프장 잔디밭이어서 수많은 분들이 몰려와도 불편할 것이 전혀 없다. 간이 화장실과 다양한 시설이 준비 되어 있어 하루 그냥 편안하게 즐기다 가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마스터스오픈을 연상시키는 글로벌 축제로 발전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지역경제 효과는 약 100억원 이상이다. 국가 경제와 브랜드 이미지 효과로는 약 1000억원 정도 추산되고 있다. 이는 A경제 연구소의 산출값이다. 약 1만5000명이 거주하는 파주시 광탄면 인구의 3배가 넘는 4만5500명의 관객이 다녀 간다. 그린콘서트가 열리기 2, 3일전부터 택시와 인근 식당 및 주유소, 배달 업체와 숙박시설이 동이 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그린콘서트를 보기위해 전 세계 한류 팬들이 찾아오고 있어 국위 선양은 물론 한국 브랜드 제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만하면 미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오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곳은 엄청난 입장료와 숙박 요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곳은 모든 행사를 도네이션으로 하고 있다.

▲자선금 5억, 관객 40명이 다녀 간 세계적인 한류 축제   
올해도 4만5천5백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이중에서 약 4천명은 K-POP을 즐기러 온 외국관광객들이었다. 80% 이상이 가족단위로 콘서트 장을 찾는다. 젊은 관람객과 친구, 친목회, 동창회 등의 모임도 많이 목격된다. 16회 공연 만에 40만명이 다녀 갔다. 지금 추세로 라면 2021년 50만명의 관객을 넘어서게 된다. 단일 공연 최다 인파이다. 자선금 역시 그동안 전달한 금액만도 5억원을 넘겼다. 이 돈의 가치가 있는 것은 1천원, 2천원, 3천원하는 음식 등 바자회에서 관객 분들이 사주신 금액을 모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서원밸리는 18년 째 매주 토요일 황금 시간을 영업 중단하고 무료로 골프장은 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콘서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1980년 대 후반 골프, 골프장 하면 전 국민에게 지탄을 받고 있었다. 농약으로 범벅이 된 골프장, 있는자들 만을 위한 공간, 폐쇄성 강한 지역 등 국민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골프가 국민에 가까이 다가 갈 방법을 찾던 중 필자는 극장에서 문화뉴스를 보다가 어린아이가 풍선을 들고 잔디밭에서 뛰노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장소가 어린이 대공원이었고, 그곳이 서울CC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해서 기획한 것이 바로 주말 하루 골프장 영업을 중단하고 지역과 골퍼에게 골프장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1995년 그린콘서트를 기획에 국내 골프장을 다니면서 제안을 했지만 단 한군데서도 하겠다는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00년 서원밸리 골프장이 오픈을 하게 됐고 당시 김헌수 사장에게 제안해서 그 역사의 시작이 되었고 지금의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 했다.

이종현 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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