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더 어려워질 텐데 되든 안 되든 올해 해보려고요.”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QT(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준비 중인 한 여자 프로골퍼의 말이다. JLPGA 투어 QT 제도 변경으로 막연하게 계획했던 JLPGA QT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초 JLPGA는 정회원 자격을 얻어야 QT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년부터 출전 자격 조항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출전 선수 연령은 만 18세 이상에서 17세 이상(2019년 4월 1일 시점)으로 낮췄고, 일정도 2차 QT로 간소화(기존은 4차 QT)했다. 외국선수 출전 관문은 좁아진 반면 일본선수 출전 폭은 넓어진 셈이다.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선수들이 JLPGA 비회원으로서 QT에 응시할 수 있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다. 내년부터는 JLPGA 정회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QT에 응시할 수 있다. 

올 시즌 JLPGA 비회원으로서 정규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는 배희경(26), 윤채영(31ㆍ한화큐셀) 등이다. 초청선수로서 일부 대회만 출전하고 있는 안신애(28ㆍ아디다스) 역시 비회원이어서 올 시즌 상금시드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JLPGA 정회원 시험에 합격해야 QT 응시 자격을 얻는다.

양국 정규투어 시드권자의 JLPGA 정회원 시험 응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투어 일정과 맞물리는 만큼 일정 조율이 어렵기 때문이다. KLPGA 소속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2015년과 2016년 상금여왕에 오른 이보미(30ㆍ노부타 그룹)는 7년간 통산 21승을 달성하고서야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건 KLPGA 소속 한국 선수들뿐이다. 비회원으로서 JLPGA 투어 QT에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인만큼 QT 신청을 서두르는 사람이 많다. 

일본 현지에서 윤채영, 이민영(26ㆍ한화큐셀)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윤상준 ㈜WINS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선수들이 QT를 신청했다”며 “아무래도 내년부터는 프로테스트를 봐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로선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JLPGA는 왜 QT 제도를 변경한 걸까. JLPGA 관계자에 따르면 단년(單年)등록자(JLPGA 비회원 출전자) 제도를 없애기 위함이다. 협회 회원이 아닌 단년등록자들의 시즌 중 레슨 활동 등으로 일어나는 분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협회 내실 구축을 명분으로 내건 복잡한 셈법이다. 

올 시즌 37억2500만엔(약 372억원)의 총상금을 걸고 38개 대회를 치르고 있는 JLPGA 투어는 6년 연속 상금 최고액 경신이라는 황홀한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미야자토 아이, 요코미네 사쿠라(이상 33ㆍ일본) 이후 ‘스타 부재’라는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특히 2010년 이후 한국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졌고, 급기야 ‘일본에서 열리는 한국대회’라는 질타까지 터져 나왔다. 
결국 이번 QT 개정안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던 JLPGA가 한국인 강세 흐름을 꺾고 자국 스타 배출을 위한 제도 개편이라는 비난을 수반하게 됐다. 

JLPGA 투어 출신 프로골퍼 김애숙 씨는 “한국선수들이 JLPGA 투어 흥행에 일조한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일본 골프팬들로부터 사랑받는 한국선수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대한 규정 혜택 없이 자국 선수들과 같은 조건에서 QT에 출전하게 하는 건 문호개방을 했다가 문을 닫는 것처럼 비쳐진다”고 말했다.

올해로 51주년을 맞은 JLPGA는 ‘아시아 넘버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은 역시 ‘아시아 넘버원’ 투어로서 경기력 향상과 공정성 추구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자타공인 세계 최강 KLPGA 투어 선수들에 대한 어드밴티지는 고사하고 불공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닌지, 인기 고공행진에 취한 JLPGA 투어가 심각한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미심쩍은 개정안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요즘이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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