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는 5월에 접어들면서 ‘야간 개장’을 실시하는 골프장들이 늘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한낮에는 여름 못지않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는 아열대기후를 향해 성큼 다가선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올 여름도 지난해만큼이나 더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더위를 좋아하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찍 찾아오는 더위를 오히려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한낮을 피해 야간 라운드를 즐기려는 ‘올빼미 족’에게는 시원한 환경속에서 저렴한 그린피로 즐길 수 있는 요즘이 반갑기만하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여름 골프웨어’나 ‘여름 아이템’들도 골퍼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 개장만을 기다렸다. ‘올빼미 족’의 천국 야간 라운드 
골프장 관계자는 “야간 라운드에 대한 골퍼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주말에는 부킹이 힘들 정도로 골퍼가 많고 평일에도 꽤나 내장객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오후 5시대부터 7시대까지 배정돼 있는 3부 시간대는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다. 특히 퇴근 후 골프장에 도착해 곧바로 필드에 나설 수 있는 7시 전후 시간대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라이트 시설을 갖추고 야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장들은 일찌감치 개장 준비를 마치고 손님 맞이에 한창이다. 9홀 이상 라이트가 설치돼 있는 골프장은 벌써부터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야간 라운드는 4월말부터 10월말까지 운영된다.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한 여름에도 비교적 선선한 밤에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쾌적함을 넘어 시원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여름마다 골퍼들을 괴롭히는 뜨거운 햇빛은 물론 습도도 적당하다. 야간 라운드 운영 골프장들은 대부분 반바지 착용도 허용하고 있어 더욱 색다른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수도권 부근에서도 야간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 많다. 코리아와 골드, 서원밸리를 포함해 그린힐, 서서울, 스카이72 등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간 골프의 명소로 꼽힌다. 
중부권 최대 63홀 규모의 골프장을 자랑하는 대영베이스의 충주 대영베이스·대영힐스, 횡성 알프스대영 등은 지난달 30일부터 야간 개장을 실시했다. 
뛰어난 가성비로 퍼블릭 골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영베이스와 대영힐스는 아름다운 풍경과 눈부심이 없는 라이트와 저렴한 그린피로 나이트 골프 매니아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강원도 횡성의 알프스대영CC(대중제 18홀)는 올해 최신식 LED라이트를 설치해 야간 경기 준비를 마무리 했다.

반면 낮에는 천년 고도 경주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 유적을 관람하고 야간에는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장도 있다. 경북도관광공사가 운영중인 보문골프클럽은 지난 4월 23일부터 야간 라운드를 개장했다. 
경북관광공사는 겨울을 보낸 골퍼들의 다양한 시간대의 라운드 요구와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빠듯한 일정을 고려해 지난해에 비해 1주일 가량 야간개장을 앞당겼다. 이곳은 오는 11월말까지 야간영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 및 관광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또 주변에 역사문화유적지가 많아 관광과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안성 윈체스트CC

▲ 낮과 다른 야간 라운드 요령
야간 라운드는 더위에 약한 골퍼는 물론 시간에 쫓기고 주머니가 가벼운 샐러리맨에게 인기다. 그린피 역시 주간 라운드의 약 80% 수준으로 저렴하다. 골프장은 그린피를  내리는 대신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수익을 늘릴 수 있고, 골퍼들은 부담 없이 플레이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티오프 타임은 일몰 시간에 따라 조정이 되지만, 일반적으로 오후 5시가 첫 팀이고 7시 30분이 마지막 팀이다. 18홀 기준 평균 4시간 30분 가량 걸린다고 볼 때 마지막 팀은 다음날 0시께 라운드를 마치게 된다. 야간에는 팀 수를 적게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라운드를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초보자들도 즐겨 찾는 추세다. 골프장에 따라서는 야간 단체 부킹도 가능하다. 때문에 회식 대신 ‘심야 라운드’로 친목을 도모하거나 부서간의 단합을 꾀하기도 한다. 

장점이 많은 야간 라운드지만 주의해야할 사항도 많다. 일단 낮과 같은 감각으로 라운드에 임할 경우 스코어를 망치기 일쑤다. 
일단 조명이 막 켜지기 시작할 때는 허공에 뜬 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컬러볼을 사용한다 해도 조명 빛이 잘 닿지 않는 깊은 러프 지역으로 볼이 향한다면 찾기 어렵다. 샷의 정확도에 자신이 없는 골퍼라면 볼을 넉넉히 챙기는 것이 좋다. 
아무리 라이트 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주간보다는 진행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볼을 찾아야하는 경우도 많다. 조명 빛 때문에 생기는 그림자들도 변수다. 때로는 그림자에 신경이 쓰여 스윙을 급하게 하거나 실수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그린에서는 동반자의 퍼팅 라인에 방해를 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페어웨이에 물기가 많을 수 있기에 자주 볼을 닦아주는 것도 요령이다. 비거리보다는 정확한 샷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물을 먹은 그린위에서 플레이를 해야 하기에 퍼팅 스트로크는 다소 과감할 필요가 있다.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까지 야간 골프의 인기 계속될 듯
골프 부킹 전문사이트 엑스골프에 따르면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5월에 접어들면서 야간 라운드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골프의 박수진 차장은 “야간 골프에 대한 5월부터 증가해 7월 말에 피크를 기록한다”며 “쾌적한 분위기속에서 즐기는 야간 라운드는 동반자들과의 색다른 추억을 선사함은 물론 낮은 기압 덕에 비거리가 늘어나는 재미도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A 골프장 관계자는 “본격적인 고객 유치 경쟁이 한창인 봄은 골프장들의 차별화된 서비스와 정책으로 시선을 사로잡을 기회이기도 하다”며 “다양한 그린피 할인 정책이나 특별한 서비스 개발 등으로 골퍼들의 호응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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