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미도카페.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레저신문=왕진화 기자] 중국요리는 크게 베이징, 상하이, 쓰촨, 광둥의 네 가지 요리로 구분된다. 그중 특히 홍콩 요리는 중국에서도 최고의 미식으로 꼽히는 광둥 요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홍콩은 약 150년간 영국의 식민지시대를 거쳤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중국 본토 사람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이는 동서양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음식 문화의 배경을 이루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홍콩 식문화가 한층 더 화려해진 건 1960년대에 이르러서다. 경기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온갖 서양 식재료가 모였고, 이는 재료본연의 맛과 모습을 살리는 광둥 요리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퓨전 식문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본토 출신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권의 셰프들이 유입되면서 홍콩은 명실상부한 미각 도시로 자리 잡았다.

홍콩인들은 아침부터 빵과 국수 한 그릇, 죽, 달걀이나 소시지 등이 포함된 조식 세트 메뉴를 푸짐하게 즐긴다. 포장해 온 아침밥을 회사 사무실에서 먹는 풍경도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이처럼 홍콩은 외식이 생활화된 식문화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의 로컬 음식점부터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고급 레스토랑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맛집들로 가득하다. 1만2천 개가 넘는 레스토랑과 골목의 작은 노점까지 합치면 4만 개에 달하는 음식점이 작은 도시 안에서 부대끼며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친 일상에 청량감을 더해줄 도시의 야경과 고층 빌딩 숲 사이로 딤섬·카페·완탕면 맛집 로드 여행을 떠나보자.
 

홍콩 Mott 32.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 입보다 눈으로 먹는 딤섬

팀호완(添好運, Tim Ho Wan)은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딤섬 레스토랑이다. 홍콩 내 5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며, 삼수이포(Sham Shui Po)를 비롯해 노스 포인트(North Point), 타이콕추이(Tai Kok Tsui) 모두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되며 훌륭한 맛과 착한 가격이 입증됐다. 현재 호주, 미국 등에도 문을 열며 국제적으로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마성의 ‘단짠’을 선보이는 차슈바오(Baked Bun with BBQ Pork)와 카스테라처럼 폭신폭신한 마라이고(Steamed Egg Cake)가 가장 유명하다. 물론 한국인이 사랑하는 하가우, 슈마이 등도 기본 이상의 맛이다.

또 다른 딤섬 레스토랑인 얌차(飲茶, Yum Cha)에서는 돼지, 강아지 모양의 깜찍한 딤섬을 선보이고 있어 아이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가족여행자 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세련되고 모던한 매장에는 천장에 커다란 새장이 장식돼 있는데, 마치 애완용 새와 함께 식사를 즐겼던 옛날 홍콩을 연상시킨다. 이곳의 인기메뉴는 크림으로 속을 채운 커스터드 번이다.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케이터킹 딤섬(豪隍點心, Caterking Dim Sum)은 여느 동네 딤섬집의 허름한 분위기와 달리 매장 안이 비교적 깔끔하고 모던한 편이다. 한국어 메뉴를 갖추고 있어 주문이 상대적으로 쉽다. 슈마이, 하가우, 고이초우가우, 샤오롱바오, 장펀 등 기본 딤섬도 좋지만 이곳만의 창작 딤섬도 시그니처 메뉴다. 송로버섯, 어묵, 망고, 가지, 치즈 등 다양한 재료가 접목된 딤섬을 주문해보길 추천한다.

모트32(卅二公館, Mott32)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물론 다양하게 변주한 광둥 요리를 선보이며 미각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센트럴 스탠다드 차타드 뱅크 건물 지하에 있는 이곳은 뉴욕 최초의 중국식 편의점이 있는 모트32 스트리트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최근 가장 힙한 레스토랑인 이곳에서 광둥, 쓰촨, 베이징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입구 계단을 내려가면, 비밀스러운 아지트 같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은은한 조명 아래 중국 전통과 현대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실내는 홍콩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만큼이나 맛과 치밀한 서비스도 인상적이다. 특히 이곳은 기존의 딤섬 레스토랑보다 다양한 종류의 딤섬을 맛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빈다.

 

홍콩 몽콕의 스타벅스.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 홍콩 카페에서 쉬어가기

미도 카페(美都餐室, Mido Cafe)는 지난 1950년에 오픈한, 유서 깊은 차찬텡이다. 여기서 차찬텡이란 홍콩화된 양식 요리를 다채롭게 개량해 판매하는 식당을 말한다. 타일과 녹색 창틀, 50년대 소품 등 홍콩 특유의 옛스러운 인테리어는 홍콩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선 것 같다. 2층 창가 자리에서는 복잡한 템플 스트리트와 틴하우 사원을 내려다보며 운치 넘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홍차에 커피를 섞은 전통 밀크티(Tea Mixed with Coffee)와 설탕과 달걀을 입혀 튀긴 두툼한 프렌치토스트가 유명하다.

란퐁유엔(蘭芳園, Lan Pong Yuen)은 1952년 문을 연 66년 전통의 센트럴 본점 이외에 침사추이 셩완에도 분점이 있다. 주윤발의 단골집으로 알려진 센트럴 본점은 <배틀트립>, <짠내투어> 등 많은 방송 매체에 소개됐다. 실크 스타킹에 우려내는 밀크티(Famous Sillky Tea with Milk)는 꼭 맛봐야 할 란퐁유엔의 명물이다. 사테 라면(Instant Noodles with Satay)도 추천한다.

반면,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도 홍콩에서는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홍콩 센트럴과 몽콕의 특별한 스타벅스다. 홍콩만의 색채와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디자인숍 지오디(G.O.D)와 스타벅스의 협업으로 1970년대의 복고풍 공간이 재현됐다. 센트럴에는 홍콩 스타일의 빙셧과 차찬텡 스타일로, 몽콕에는 옛날극장을 콘셉트로 세상에 둘도 없는 스타벅스를 만들어냈다. 특히 센트럴점이 위치한 더델 스트리트는 오래된 화강암 계단과 가스등을 보존해 홍콩 기념사진의 명소이기도 하다. 또 이 두 곳에서만 파는 특별한 메뉴도 있다. 보로바우(파인애플 번), 에그타르트를 비롯해 8가지의 홍콩 디저트를 스타벅스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침차이키의 간판.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완탕면 이미지. [사진=홍콩관광청 제공]

▲ 다 쉬었다면, 면 요리 ‘호로록’
윙와(永華麵家, Wing Wah)는 홍콩 완차이에서 60년을 넘게 이어온 유명 완탕면 식당이다. 대나무 봉을 이용한 전통방식으로 정성스럽게 면을 뽑는다. 돼지고기와 새우가 들어간 탱글한 완탕, 꼬들꼬들 탄성을 자랑하는 가는 면발, 상어 뼈를 고아 낸 육수의 궁합이 일품이다. 작고 오목한 그릇에 나오는 완탕면(Shrimp Wonton Noodle)은 물론 돼지고기를 넣은 칠리소스 비빔면(Hot Chilli Sauce with Sliced Pork Noodle)도 맛있다. 새콤달콤한 무와 고추 피클이 무료로 제공돼 느끼할 수 있는 뒷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각종 허브차와 전통 디저트도 훌륭하다.

침차이키(沾仔記, Tsim Chai Kee)는 ‘미슐랭 가이드 홍콩 마카오’의 빕 구 루망(Bib Gourmand Restaurant)에 2009년부터 6년 연속 소개됐으며, 故장국영의 단골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흰색 벽면과 천장에 달린 커다랗고 붉은 등이 눈에 띄는 내부는 여느 국숫집과는 다르게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한다. 새우가 씹히는 큼지막한 완탕과 면발이 진한 육수와 잘 어우러지는 완탕면(King Prawn Wonton Noodle)이 인기 메뉴다. 간수면(Yellow Noodle), 납작한 쌀국수(Flat White Noodle), 가는 면발의 쌀국수(Vermicelli) 중 선택한 다음 완탕, 어묵, 쇠고기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왕진화 기자  wjh9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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