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2월 12일 서울 남산 힐튼호텔에서 미LPGA투어 ‘100승’을 기념하는 행사가 KGA 주관으로 200여명의 골프 관계자와 정재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그해  2011년 10월 최나연(30)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하며 미LPGA투어 국내 선수 통산 100승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두 달 뒤 이를 기념해서 국내 골프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축하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100승 축하 행사가 열린 뒤에 이내 개운한 맛이 나지 않았다. 진정한 국내선수 100승이냐는 반문이었다. 여기엔 펄신, 김초롱, 미쉘위의 5승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펄신, 김초롱, 미쉘위는 사실 미국 국적 선수들이다. 이들을 100승에 포함시킨 것은 한국계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엄격하게 따진다면 한국선수 100승은 2012년도 박인비가 우승한 에비앙 마스터스가 맞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샴페인을 빨리 터트린 것일까. 지나친 성적지상주의와 실적위주의 문화 그리고 지나친 혈연주의가 만들어 낸 찜찜한 100승이다. 

▲한국선수 100승, 200승은 왜 고쳐지지 않고 있나?
사실 박세리 등장 이전에는 미국무대에서 한국선수가 우승한다는 것은 월드컵에서 16강에 들어가는 것과 비교할 만큼 어려웠다. 김미현, 박지은으로 이어지는 트로이카가 우승을 쌓아갔다. 그런 가운데 펄신과 김초롱이 등장해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가끔 고국을 방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각 언론과 스폰서들은 이들을 미국인이 아닌 한국계 선수로 받아들였고 이들의 우승 기록을 마치 한국선수인 것처럼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1승을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한국선수의 우월성에 대단한 가치와 자긍심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후 박세리 키즈들이 미국무대에 진출하면서 매년 한국선수들은 10승 이상씩의 우승 기록을 쌓아갔다. 진정한 한국선수의 100승에 5승 모자라는 2011년 12월에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트렸지만 개운함은 없었다. 이후 많은 골프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한국계 선수가 아닌 한국 선수 우승 기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미 일을 진행하고 기록을 매주 내보내는 언론과 협회는 굳이 외면하고 있다. 한 언론에 정정을 요구했지만 우리는 기존 방침대로 간다는 말만 들려왔다. 잘못된 기록과 국민의 정체성에 문제가 된다면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
2004년도 10월의 일이다. 미국교포 크리스티나김은 내한 기자회견에서 단 하루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며 국내 골프팬들을 감동시켰다. 나아가 한일대항전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꿈은 좌절됐고 1년 뒤 미국-유럽 골프 대항전에 미국선수로 출전한 크리스티나 김은 “나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라”고 했다. 이를 놓고 국내서는 설왕설래했지만 그가 미국인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그를 우리 한국선수로 생각하는 우리의 시각이 잘못된 것이다.

▲한국선수 200승부터라도 잘못된 기록은 바꿔야 한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 골프종목 경기에는 한국계선수들의 판이었다. 뉴질랜드 리디아고, 호주 이민지, 오수현, 일본 노무라 하루가 한국 선수 박인비, 전인지, 양희영, 김세영 선수와 메달을 놓고 경쟁했다. 실제로 뉴질랜드 국적의 리디아고는 한국 박인비와 금메달을 놓고 가장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다. 결과는 박인비 금, 리디아고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렇다고 리디아고의 메달을 우리 메달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골프 우승 기록에서만 있는 이상한 셈법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잘못된 한국여자 선수들의 우승 기록을 바꿔야 한다.
2018년 3월 27일 현재 미LPGA투어 한국선수 우승 기록은 166승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계를 포함한 우승은 193승이다. 만약 100승 때처럼 축하를 한다면 이제 7승 남았다. 이번에도 그 때처럼 200승 축하를 앞당겨서 할 것인지 의문이다. 순수 한국선수 200승 기록은 이제 35승 남았다. 매년 10승에서 15승 정도를 하고 있는 국내 선수들의 우승 예측으로 본다면 2020년이 200승 기록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한국선수 200승 우승 선수에 대해 바로 잡고 또 제대로 된 선수에게 축하우승을 해줘야 할 일이다. 
세계 어느나라도 이 같은 집계 방식은 없다. 성급한 실적 위주 문화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기록, 한국 선수들의 순수한 200승 기록의 감동을 제대로 공유해야 한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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