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에게 상금 왕보다 뿌듯한 자리가 있을까. 
부와 명예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만큼 프로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꿈 꿔봤을 타이틀이다. 더구나 1년에 단 한 명만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올해로 51주년을 맞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선 50년 동안 총 21명의 상금여왕이 탄생했다. 원년 상금여왕 히구치 히사코(73ㆍ일본)는 1968년부터 9년간 상금여왕에 올랐고, 이후에도 두 차례의 타이틀을 더해 11차례나 상금여상을 차지했다. 
외국인 첫 상금여왕 주인공은 투 아이유(64ㆍ대만)다. 1982년 첫 상금여왕을 시작으로 86년까지 5년 연속 상금여왕에 올랐고, 89년과 91년에도 상금여왕을 차지하며 총 7차례의 영광을 안았다. 
고(故) 구옥희는 1985년 기분 레이디스 클래식에 이어 1988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한국인 첫 우승 기록을 달성했지만 상금 왕과는 인연이 없었다. 구옥희는 1985년 시즌 3승을 비롯해 통산 23승을 기록하며 20년 가까이 JLPGA 투어를 호령했지만 단 한 차례도 상금여왕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이지희(39)도 17년간 22승을 달성하고도 상금여왕 자리에 앉지 못했다. 2003년과 2008년, 2011년에는 각각 상금순위 2위를 차지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시즌 마지막 대회이자 메이저 대회 LPGA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 전까지 상금순위 1위 자리를 지켜 한국인 첫 상금여왕 탄생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상금순위 4위였던 고가 미호(36ㆍ일본)가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이지희를 120만엔(약 1200만원) 차 2위로 밀어내고 거짓말 같은 상금여왕에 올랐다.
한국인 JLPGA 투어 상금여왕이 탄생하기까지는 42년이란 기다림이 필요했다.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안선주(31)는 개막전이자 데뷔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우승을 시작으로 한 시즌 4승을 챙기며 한국인 첫 상금여왕에 올랐다. JLPGA 투어 한국인 전성시대의 서막이었다.
안선주는 2011년에도 4승으로 2년 연속 상금여왕 자리를 지키며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2012년에는 JLPGA 투어 한국인 최다승 보유자 전미정(36ㆍ진로재팬)이 통산 21승을 올리고서야 생애 첫 상금여왕에 올라 3년 연속 한국인 상금여왕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3년엔 모리타 리카코(28ㆍ일본)가 상금여왕에 올랐지만 이듬해 안선주가 자신의 세 번째 상금여왕을 확정 지으며 한국인 강세를 이어갔다. 

‘스마일캔디’ 이보미(30ㆍ노부타 그룹)는 일본 골프계에 ‘보미짱’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5년 7승으로 일본 남녀 프로골프 투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상금(2억3049만7057엔)을 획득하며 상금여왕에 올랐고, 이듬해인 2016년에도 5승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상금여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50년간 21명의 상금여왕이 탄생하는 동안 흥미진진한 기록과 명장면이 속출했다. 상금여왕이 투어 최강자로 인식되지만 실력 이외의 변수도 숱하게 작용했다. 많은 대회에 출전해 많은 우승을 한 선수가 상금여왕에 오른다는 보장도 없었다. 최근 10년간 기록을 보면 상금여왕은 평균 29.3개 대회에 출전해 4.5승을 거두며 1억5274만9237엔의 상금을 벌었다. 
2009년 미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른 신지애(30ㆍ쓰리본드)와 일본의 골프영웅 미야자토 아이(33)는 한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올랐지만 JLPGA 투어 상금여왕 꿈은 이루지 못했다. 미야자토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요코미네 사쿠라(33ㆍ일본)도 2009년 단 한 차례 상금여왕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스즈키 아이(24ㆍ일본)는 지난 시즌 2승만으로 상금여왕에 오르는 행운을 안았다. 한 시즌 2승 상금여왕은 1996년 후쿠시마 아키코(45ㆍ일본)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획득 상금은 연간 총상금 37억1500만엔 중 1억4012만2631엔으로 0.4%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 1승 포함 4승을 올리며 다승왕이 된 테레사 루(31ㆍ대만)는 상금순위 3위에 그쳤다. 루는 2015년에도 5승을 올렸지만 상금순위 2위에 머물렀다.
가장 많은 우승을 기록하고도 상금여왕에 오르지 못한 선수는 2009년 모로미자토 시노부(32ㆍ일본)와 2005년 미야자토로 각각 6승을 기록하며 상금순위 2위에 만족했다. 

가장 많은 승 수로 상금여왕이 된 선수는 2003년 10승을 올린 후도 유리(42ㆍ일본)다. 반면 시오타니 이쿠요(56ㆍ일본)는 1992년 33개 대회에 출전해 단 1승만으로 상금여왕에 올랐다. 
올 시즌 JLPGA 투어에는 상금 시드를 획득한 이민영(26ㆍ한화), 김하늘(하이트진로), 신지애(이상 30ㆍ쓰리본드), 이지희, 전미정, 안선주, 배희경(26), 이보미, 강수연(41), 윤채영(31ㆍ한화), 시드전을 통과한 정재은(28ㆍ비씨카드), 지난해 비회원으로서 우승을 거머쥔 김해림(29ㆍ롯데)이 한국인 7번째 상금여왕 자리를 놓고 샷 대결을 펼친다. 실력과 체력, 그리고 강인한 멘탈을 지닌 7번째 주인공 탄생에 기대감이 큰 한 해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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