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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골퍼에게 왜 골프를 치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골프는 나 자신과 싸우며, 심판이 없는 유일한 운동이어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 다시 말해 골프를 치는 이유는 행복해 지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말만큼 관념적이고 어떤 사물로 그 크기와 형태를 설명하거나 입증할 수가 없다. 또한 행복과 물욕은 마치 인간이 추구하는 최상의 목표처럼 여겨지고 있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대영알프스(旧 청우cc) 골프장에서의 일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딱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다. 행복했던 순간 하나를 쉽게 고를 수 있을까. 누구나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하나를 떠올리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직원 중 한 명이 “아이에게 첫 수유를 할 때요!”라고 자신에 차서 답했다. 의외의 질문이었지만 눈물이 핑 돌만큼 그의 진정성과 공감대가 형성됐다. 많은 직원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맞는 말이면서 또 돈과 물욕이 배제된 너무도 정갈한 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린 삶의 목적과 행복의 기준이 지나치게 물질화 되어 있고 목표 역시 모든 것이 부와 연결되어 있어서 쉽게 행복감을 찾지 못한다. 골프만 해도 그렇다. 보기 플레이 수준인 90타 정도면 사실 잘 치는 골프이고 행복한 라운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90개를 치면 화를 내고 골프채를 부러트리겠다고 말한다. 과욕이다. 미국 골퍼의 3분의 2는 90타수를 못치고 죽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만족하지 못하고 골프장에 오면 불만으로 가득하다. 타수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다. 싱글 스코어를 치면 언더파를 치고 싶고 계속해서 베스트 스코어를 치고 싶어하는 것인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다.   
지난해 장하나 프로는 미국무대에서 1승을 챙기면서 통산 4승을 챙기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그는 국내로 돌아오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장에서 그는 돈과 명예는 얻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공허함이 더 밀려왔다고 했다. 또한 외로움에 지친 어머니를 위해 돈과 명예를 뒤로한 채 돌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했다. 장하나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수천 번 자문한 끝에 내린 결정이고 지금 한국무대에서 뛰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고 했다.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다. 2003년 닉 팔도는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을 앞두고 “메이저대회 연속 출장보다도 아내 출산이 더 특별한 일”이라며 불참했다. 팔도는 당시 65회 연속 메이저대회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04년 박세리의 캐디 콜린 칸은 아내 출산을 이유로, 2009년 필 미켈슨은 아내의 암투병으로 역시 대회에 불참했다.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지나친 물질숭배 때문이다. 물욕이 우선시되는 선택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물질우선주의는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치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 비춰 경제적 성공은 행복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정의했다.
돈과 명예, 성적지상주의보다는 자기만족, 자기성찰, 자존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몇 타를 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귀에 스치는 산들바람과 새소리에도 행복감을 찾아야 한다.  
혼혈 배우 다니엘 헤니는 국내 기자들이 어떻게 그리 인성이 뛰어나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 에 아주 시골 마을에서 살았고 늘 자연과 함께 하면서, 자연과 순응하다 보니 욕심과 경쟁이 사라졌다”고 했다. 자신의 인성은 바로 자연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 
숲에는 동물들이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고, 코스에는 온갖 꽃과 식물이 언 땅을 헤집고 올라오고 있다. 자연 속에서 우리가 채우고 싶은 욕망 때문에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아야 한다. 

요즘 신조어 중에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족이 있다. 머무르면서 아주 천천히 자연을 즐기고 나의 자존감을 찾자는 것이다. 골프장만큼 스테이케이션 할 만한 곳이 있을까. 골프장에 뭘 가져가고, 보여주려고 오는 걸까. 돈을 따고, 좋은 성적을 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전라도에 있는 어느 절에 가면 이런 글귀가 있다. “뭘 채우러 오셨나. 다 비우고 가시게.”
골프는 그냥 즐기면 된다. 골프 시즌이 돌아오고 있다. 채우려 하지 말고 골프장에 오면 다 비우고 가는 행복한 라운드가 되길 바란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이에게 첫 수유를 할 때였다며 환하게 웃던 대영알프스 직원처럼 올 한해 라운드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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