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기자로 활동한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강산이 3번 바뀌는 동안 골프계는 엄청난 변화와 스토리들이 생겨났다. 골프의 가장 격동기를 함께 했고 그 많은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게 쌓여 있어 매주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골프기자 30년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편집자 주>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3년 5월 기흥에 위치한 코리아 골프장에서 일대의 사건이 일어났다.
레저신문이 주최 한 국내 최초 장타 대회에서 국산골프클럽이 세계적인 브랜드들을 다 물리치고 거리가 가장 많이 나는 클럽으로 등극했다. 코리아골프장 1번 홀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드라이버와 골퍼의 몸에 맞는 피팅을 통해 데이비드 드라이버를 3번씩 번갈아 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국산클럽 데이비드 드라이버가 1, 2위를 휩쓸었다. 그 당시 꿈의 클럽이라고 말하는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를 다 이긴 것이다.  
골프컬럼리스트 최영정 선생은 이날 현장을 경험한 뒤 “이번 장타대회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했다. 실제로 다윗은 데이비드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후 데이비드는 국산클럽의 자존심과 역사를 함께하며 봄날을 보냈다.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 사이에서 국산 브랜드로 우뚝 서면서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이같이 지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구현수 대표의 제품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덕이다. 

구현수 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고등학교와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 출신답게 섬세했다. 학력만으로도 화제가 될 법했지만 절대 자신의 학력을 과시하거나 지식에 대해 자만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클럽은 금성정밀주조 소속으로 김형재 씨와, 구현수 상무, 역시 금성정밀주조 상무였던 김길선씨 이렇게 3명이서 시작했다. 하지만 1992년 금성정밀주조의 부도로 인해 (주)데이비드산업을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구현수, 상무에 김길선씨와 금성정밀 전 대표 김형재씨가 동업을 지속하게 된다. 
데이비드 클럽 헤드는 부산 본 공장에서 생산(캐스팅은 국내 외주)하고 샤프트는 국내 외주를 줬다. 조립은 본 공장에서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해도 국산클럽에 대한 국내 골퍼들의 인식은 싼값에 구입해 친다는 정도였다. 그랬던 데이비드 클럽이 장타 대회와 꾸준한 구전을 통해 클럽이 없어서 못 파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사실 장타대회는 데이비드 회사를 놀러갔다가 구현수 사장께 직접 제의를 해서 성사됐다. 제품도 좋고 호평을 받고 있던터라 데이비드 제품과 외산클럽을 한 판 붙여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국내 최초로 열린 ‘장타대회’였다. 이후 국내에서 장타대회가 유행처럼 생겨났다. 
이후 국내 유명 선수는 물론 유명인과 정치인들도 데이비드 클럽을 앞 다퉈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같이 데이비드가 짧은 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구현수 사장의 제품에 대한 놀라운 집중력과 국산에 대한 자존심의 결과이다. 그의 책상엔 늘 클럽 도면이 놓여 있고 일본 용품계를 비롯한 전 세계의 다양한 골프관련 정보지가 쌓여 있었다. 사업을 운에만 맡기는 것이 아닌 1, 2년 후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1994년도에 데이비드산업은 동업을 청산하고 각각의 회사로 분리된다. 구현수 사장은 데이비드 산업 대표로 유통 쪽을, 김길선 사장은 ㈜하나산업 생산 쪽으로 분리했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데이비드가 잘 나가자 “자금을 세탁하려고 한다”, “돈을 빼돌리다가 사이가 나빠졌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다양한 루머가 양산되기까지 했었다. IMF사태가 난 1998 전까지 데이비드는 전 품목에 걸쳐 생산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필자 역시 데이비드 클럽을 생산할 때마다 작은 의견을 보탰고 또 클럽 이름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그중에서 생각나는 것이 컴프B, 컴프2 드라이버와 아티스트 클럽 등이다. 컴프는 컴퍼지션(Composition)B에서 따왔다. 폭약이란 뜻으로 그만큼 폭발력이 강력하다는 의미에서, 아티스트는 예술 그 자체에서 힌트를 얻어 제의했던 이름이고 실제로 제품이 생산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구현수 사장은 골프전문 기자가 세계 현장을 안보면 되겠냐며 부산 생산 공장부터 미국PGA용품쇼와 일본골프용품쇼도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필자에겐 국내외 골프산업의 견문과 지식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지면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구현수 사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IMF 이후 데이비드 뿐만아니라 전 세계 골프용품이 어려움에 봉착했다. 국산 데이비드하면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을 먼저 생각할 만큼 참 좋은 시절이었다. 그 당시 판매 전략의 대 전환을 가져와야 했다. 마침 1998년 일본골프전시회에서 아담스의 TIGHTLIE라는 페어웨이우드가 대성공을 거뒀다. 데이비드 구 대표도 틈새 시장인 페어웨이 우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 탄생한 우드가 바로 스테디 셀러 이지 우드(ez wood)였고 놀라운 매출을 올렸다. 또 한 1999년 국산제품 최초로 유틸리티 우드를 출시했다. 당시 일본의 카스코가 파워토네이도(POWER TORNADO)라는 유틸리티우드를 발매해 국내 골퍼들에 어필했다. 유틸리티우드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갔고 2000년 봄에 국내 최초의 유틸리티우드 이지 플러스(ez plus)를 출시해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이지 플러스 유틸리티 우드를 놓고 업계서는 우드 시장의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2003년도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하나산업과의 동업관계가 끝나고 중국공장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어찌 보면 전 생산라인을 한국에서 유지했다는 그동안의 아이덴티티에 혼란이 왔다. 그러나 2004년, 2005년을 지나면서 아이언우드 개념의 하이브리드 클럽을 선보였다. 하이브리드 시장 31%를 잠식 할 만큼 또 한 번의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2009년 데이비드는 또 한번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부산 데이비드 김형재 사장과, 서울 데이비드에 구현수 사장이 함게 운영해오던 회사가 2세들이 투입되면서 많은 변화가 왔다. 브랜드는 공동 소유하되 모델은 각각 개발하고 그간의 지역적 영업권을 해체해 각각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넓히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구현수 사장은 데이비드 대신 2010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인 데이비드 디자이어(DAVID DESIRE)로 출발했다. 

이후 그동안의 연구와 쌓아 두었던 클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XS-470드라이버는 국내 최고인 COR 0.890을 실현시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S500의 제품을 반발계수 0.91, S 600은 무려 0.94까지 성공시켰다. 이것이 2013년도의 일이다. 이 제품을 바탕으로 비욘드골프(주) 대표로 새롭게 출발했다. 구현수 비욘드골프 대표는 평생 골프채와 씨름하며 골프채만 연구한 마에스트로이다. 항상 남보다 앞서가는 삶이었고 그 예측은 항상 맞아 떨어졌다. 구현수 대표가 쏘아올린 국산골프클럽의 세계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일관되게 40년 넘게 골프클럽을 연구한 사람은 유일할 것이다. 남들이 은퇴를 생각할 때 그는 세계적인 NO1을 꿈꾸고 있다. 국산클럽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을 제일 싫어 했다. 진정한 가치와 제품력으로 평가받고 싶어 했던 구현수 대표를 골프기자 30년간 함께 해온 것은 행운이다. 또한 지금의 골프전문 기자로 만들어 준 고마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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