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기자로 활동한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강산이 3번 바뀌는 동안 골프계는 엄청난 변화와 스토리들이 생겨났다. 골프의 가장 격동기를 함께 했고 그 많은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게 쌓여 있어 매주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골프기자 30년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편집자 주>

토미아머 하면 한 때 세계 4대 골프클럽으로 불릴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때가 있었다. 토미아머를 수입 판매한 곳이 바로 경세엔터프라이즈이다. 이곳은 신종하 사장과 김정희 사장으로 이어지며 국내 NO1 브랜드,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세엔터프라이즈가 호황을 누렸던 것은 아니다. 적수공권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주먹 하나로 시작한 곳이 바로 경세엔터프라이즈였다. 이후 티타늄 소재가 나오면서 브랜드 파워가 사라져 갔다.

1993년 어느 날 경세실업(이후 엔터프라이즈로 개명) 신종하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경상도 말씨였지만 그 내면엔 상냥함이 묻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매주 한 번씩은 꼭 만나서 ‘사우나 미팅’을 갖곤 했다. 청담동 아미가호텔 사우나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함께 진행시키곤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토이아머 클럽이다. 경세실업은 사실 부인 김정희 부장과 직원 1명이 시작한 아주 영세한 곳이었다. 끽해야 2평 남짓한 곳에서 빅모 드라이버와 몇 가지 액새서리를 취급했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가 약하니 당연히 매출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됐다. 가끔은 신종하 사장도 “삼성에 그냥 있을걸 괜히 나왔다”면서 후회를 했다. 그러던 중 미국PGA 용품 쇼에서 될법한 떡잎을 발견했다. 토미아머클럽이었다. 신사장과 필자는 동시에 이건 된다고 생각했고 수입을 추진했다. 마음만 먹으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2년에 걸쳐 구애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시 둘이 묘안을 짜 냈다. 일단 우리 신문에서 신사장님의 발전 가능한 기업이라는 점과 삼성에서 해 왔던 내용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했다. 이외에도 골프계 인물을 중심으로 신사장과의 관계 형성 지도를 만들어 그 가능성을 높였다. 신 사장은 토미아머 브랜드를 포기하려했다. 따뜻해진 봄날 우리 신문에 난 글과 한국 골프전문기자가 간절하게 써 내려간 편지글을 영역해 미국 토미아머 본사로 들어갔다. 마지막 심정으로 찾아간 미 본사에서도 3년간 보여준 열정과 정직함 그리고 골프전문 기자의 내용을 존중한다며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후 사우나 미팅은 매주 이어졌고 스타 마케팅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바로 박세리에게 토미아머를 사용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결국 1994년도 박세리는 국가대표선수로 세계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을 했다. 그것도 자신의 최저타수인 7언더파 65타를 기록하면서 코스레코드와 함께 했던 것이다. 이후 855실버스콧 토미아머 아이언으로 15승을 이어갔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두 토미아머로 바꾸기 시작했고 아마추어 골퍼들도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그 당시 토미아머 아이언 가격이 스틸 158만원, 그라파이트 235만원으로 지금보다도 더 비쌌다. 말 그대로 봄날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던 1995년 어느 날 신종하 사장이 사무실 앞으로 찾아왔다. 하얀색 아카디아를 끌고 왔다. 그는 돈 벌면 꼭 사고 싶었던 차였다면서 일을 저지르긴 했는데 아직 부인은 모른다며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이후 신 대표는 연락이 뜸해졌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섭섭했다. 이듬해 봄날 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 사장은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암과 싸우다 그렇게 조용하게 떠났던 것이었다.

서울삼성 병원을 찾았을 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참 좋은 분이었기에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부인 김정희 부장께서 “앞으로도 잘 부탁 한다”고 했다. 지나간 일이지만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신 사장께서 토미아머 845S 아이언을 보내왔다. 몇 번을 썼을까 김정희 부장께서 전화를 해서 특별 가격으로 주는 거라며 통장번호를 알려줬다. 235만원하는 아이언이니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4개월로 쪼개 갚은 적이 있다. 일생에서가장 비싸게 구입해서 써 본 클럽일 것이다.
토미아머 본사에서도 신종하 사장을 높이 평가하며 김정희 대표로 새롭게 출발하는 경세엔터프라이즈에 힘을 실어줬다. 클럽이 없어서 못 팔정도였다. 하지만 1996년도 들어서면서 세계최초로 올 티타늄 아이언이 선보이면서 서서히 브랜드 파워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시기상조였다. 디자인과 타구감에서 골퍼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했고 1998 본격 IMF사태를 겪으면서 고가클럽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이후에도 몇 년간은 토미아머가 존속했지만 그 옛날 영화는 되돌릴 수 없었다. 브랜드는 그렇게 사라져 갔지만 경세엔터프라이즈 신종하 사장은 한 때 국내 골프용품 시장을 풍미했던 인물이다. 사람이 너무도 착하고 모질지 못해 많은 사람에게 외상으로 클럽을 주고 많이 떼이기도 했다. 그 악역은 김정희 사장이 해야 했다. 오래전 지난 추억이지만 항상 애잔하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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