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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 ‘항룡유회’, ‘분골쇄신’을 기억할 때이다

현재 대한민국 여자 선수들의 위상은 세계 최강이다. 미국과 맞견줘 봐도 오히려 무게감이 한국 선수들에 쏠린다. 지난 10월 22일부로 미LPGA서 역대 최다승인 15승과 타이를 이루며 나머지 대회에서 1승만 거두면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여자투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매년 해외투어로 선수들이 빠져나가도 샘물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이 새롭게 성장한다. 그 중심이 바로 KLPGA이다. 한 때 언더파 우승을 걱정해야할만큼 실력이 형편없던 시절이 있었다. 박세리 이후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통도 있었다. 지금은 남자대회보다 상금과 대회 수에서도 월등하다. 각 기업체는 새로운 대회를 만들고 싶어도 원하는 날짜를 뺄 수 없어 포기할만큼 잘 나가는 KLPGA이다. 이를 고사성어로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한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 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잘 나갈 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거안사위(居安思危)와도 맞닿아 있다.

기우였을까. 바로 이런 일이 KLPGA 4번째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1라운드에서 벌어졌다. 한국여자골프가 미숙한 대회운영으로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그린과 프린지의 경계가 모호해 10번 홀과 13번 홀에서 몇몇의 선수가 공을 집어 들었다가 벌타를 받았던 것이다. 결국 선수들의 형평선 논란으로 인해 1라운드는 무효처리 됐고 국제적 망신을 샀다. 잘나가던 한국여자골프에 먹칠을 하게 됐고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골프에서도 잘 맞은 다음 스윙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듯이 모두가 조심했어야 했다.

먼저 골프장도 피해갈 수 없는 실수를 했다. 협회에 따르면 그린과 프린지에 대한 구분 지침을 분명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결국 선수들조차 그린으로 생각하고 공을 집어 드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두 번째는 무사안일 한 협회 경기위원의 잘못이다. 대회 직전 반드시 체크해야할 부분이지만 이를 놓쳤다. 항상 하는 일인데 별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화를 키운 것이다. 많은 선수들로 인해서 코스를 살필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도 있지만 이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대회가 끝난 후 전문가들로부터 해당 골프장에서 이 같은 일들이 그 전에도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처음이 아닌 것이다. 골프장 코스관리에도 문제가 있다.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경기위원회에서 내려오는 매뉴얼이 있다. 이를 간과하고 그린과 프린지를 구분하지 않는 예지는 문제가 있다. 최소한 대회를 위한 매뉴얼만 생각했어도 이런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자신이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눈을 멀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내가 전문가 이고, 나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만할 때 항상 문제가 생긴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어야 한다. 잘 안다고 만용을 부릴 때 항상 위기는 찾아오는 법이다.
골프 전문가 A는 “대회를 치르는 골프장 코스관리부도 사전 코스 메뉴얼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국내 코스관리 직원들은 다소 폐쇄적이고 내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내 방식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사냥을 잘하는 독수리도 40년이 되면 부리와 발톱을 새로 갈아 낸다고 한다. 이를 분골쇄신(粉骨碎身)이라고 한다. 보통 70년을 사는 독수리는 40년이 되면 부리와 발톱이 썩는다. 그 때가 되면 깊은 산속으로 날아가 150일 동안 부리와 발톱을 갈아내는 고통을 참아 낸 뒤 새 부리와 발톱을 얻는다. 이런 노력을 통해 나머지 30년을 독수리는 살아간다.
골프계는 지금 분골쇄신 정신이 필요한 때다. 꽃길에 취해 다가올 비바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꽃길의 향기는 금방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골프계가 새롭게 태어나길 희망해 본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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