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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의 숨결 전해주는 역사의 거리부산 원도심 투어, 대구의 몽마르트 청라언덕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면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따사로운 햇살이 넘실댄다. 구름 한점 없이 푸른 하늘은 우리들의 마음속까지 깨끗하게 정화 시켜준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보면 우리들의 지난 자취를 돌이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거라 생각한다.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근대화 여행지를 추천한다. 레저신문이 권하는 이들 여행지를 둘러보며 여유로운 가을의 분위기를 만끽했으면 한다. 역사의 거리를 통해 근현대사의 다양한 이야기를 체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근대의 풍경이 남아 있는 도시를 걷는맛은 각별하다. 1년 중 가장 여행하기 좋은 가을을 맞아 천천히 걸으며 오래된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느린 여행을 제안한다. 

▶이바구가 즐비한 부산의 속살, 원도심 스토리투어 200% 즐기기
해운대와 광안리가 부산 여행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한 걸음 더 들어가 부산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 7개 코스를 주목하자.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는 근대역사문화 자원과 먹거리, 볼거리, 쇼핑을 연계한 관광코스다. 부산을 한층 깊이 있게 여행하고 싶은 이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 ‘2016 한국 관광의 별’ 지역전통관광자원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 원도심에 해당하는 중구··서구··동구··영도구 일대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형성된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는 바로 그 숨은 이야기를 따라 걷는 코스다. 이 지역에서 청춘을 보낸 스토리텔러(이야기할배··할매)가 해설사로 나서 해당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속속들이 들려준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정기투어가 진행되고, 단체 10인 이상이 신청하면 평일 수시투어가 가능하다.  

코스는 영도대교, 용두산, 초량이바구길, 국제시장, 흰여울문화마을, 아미비석문화마을, 수영구 등을 중심으로 7개가 운영 중이며,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코스를 미리 예약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영도다리 건너 깡깡이길을 걷다’ 코스는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생선을 잡아 팔던 자갈치시장과 건어물 시장이 있고 조선 산업이 최초로 시작된 남항을 돌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흰여울마을 만나다’ 코스는 영도 절벽에 자리한 해안마을의 산책로를 걸으며 골목마다 묻어나는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코스. 영화 <변호인>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바구길 걷다’ 코스는 부산항 개항 시기부터 한국전쟁 이후, 산업부흥기인 1970~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등 부산의 근현대사가 담긴 초량이바구길을 돌아보는 코스다. 최초의 개인종합병원인 백제병원, 최초의 창고인 남선창고, 초량교회, 168계단 등을 둘러본다.  
‘국제시장 기웃거리다’ 코스와 ‘용두산 올라 부산포를 바라보다’ 코스는 모두 남포동을 기점으로 한다. BIFF광장,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보수동책방골목을 돌아보려면 ‘국제시장 기웃거리다’ 코스를, 남포동에서 용두산과 광복로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용두산 올라 부산포를 바라보다’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응답하라! 피란수도 1023' 코스의 출발점인 아미비석문화마을에서는 가슴 아픈 근현대사의 흔적을 살필 수 있다. 좁은 골목에 유난히 작은 집들이 밀집했는데, 집의 기초 부분이나 가스통을 받친 돌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전쟁 때 갈 곳 없는 피란민과 이주민이 일본인의 묘가 있던 자리에 터를 잡으면서 비석이 그대로 집의 일부가 된 것이다. 
1960~1970년대 시대상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작가 최민식의 대표작이 전시된 최민식 갤러리, 한국전쟁 때 이승만 대통령 관저로 사용했던 임시수도기념관도 함께 돌아본다. 
‘수영의 시간을 건너다’ 코스는 수영팔도시장과 수영성남문, 안용복 장군 사당 등 좌수영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코스다. 7개 코스 모두 각각 2시간가량 소요된다. 

▶대구의 몽마르트 청라언덕에서 느끼는 3.1 운동의 감동
대구의 몽마르트라 불리는 청라언덕, 3․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약전골목, 제일교회 등 근대문화유산을 돌아보며 수십 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대구 근대골목은 ‘2012 한국관광의 별’ 장애물 없는 관광자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 도심은 한국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근대문화유산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다. 대구 중구에 20세기 근대사를 스토리로 담아낸 근대골목 투어 코스가 5개 있는데, 그중 제2코스인 ‘근대문화골목’이 가장 인기다. 근대문화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이 길은 1.64㎞의 비교적 짧은 코스이지만 골목골목 볼거리가 많아 모두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중구 골목투어를 전국 유명 관광지로 만든 핵심 코스이기도 하다. 

동산 청라언덕에서 시작해 선교사주택, 3․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제일교회, 민족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의 고택, 근대문화체험관인 계산예가, 조선에 귀화한 중국인 두사충의 뽕나무 골목,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조선의 과거길 영남대로, 에코한방웰빙체험관, 옛 대구의 번화가인 종로, 화교소학교, 진골목까지 걸으며 대구 근대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다. 매주 토요일에 해설사와 함께하는 정기투어가 진행되며, 해설사 없는 개별투어는 언제나 가능하다. 해설사 없이 자유롭게 돌아보고 싶다면 ‘대구 중구 골목투어’ 앱이 유용하다. 이 코스는 장애우, 유모차, 어르신 등 관광 취약 계층도 접근이 쉽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관광객의 경우 출발점인 청라언덕에 가려면 대구제일교회 100주년 기념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면 된다. 청라언덕에 올라서면 1910년경 지은 미국인 선교사들의 주택 3채가 보인다. 붉은 벽돌집에 담쟁이 넝쿨이 벽을 휘감고 있어 인상적이다. 지금은 의료·선교 관련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3·1만세운동길은 '동무생각' 노래비 옆에서 계산성당으로 가는 내리막에 있다. 3·1운동 당시 집결지로 향하던 학생들이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지나다녔던 길이다. 이상화 고택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항일문학가 이상화 시인이 1939년부터 1943년 암으로 숨을 거두기 전까지 살던 집이다. 마지막 작품인 '서러운 해조'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이상화 고택 맞은편에는 독립운동가 서상돈 선생의 고택이 자리했고 옆에는 대구 근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가 들어섰다. 이 코스는 약재향이 은은한 약전골목, 대구 옛 번화가인 종로를 지나 진골목에서 끝을 맺는다. '길다'의 경상도 사투리인 '질다'에서 비롯된 진골목은 종로의 샛골목이다. 지금은 좁고 허름하지만 예전에는 대구 유지들이 모여 살던 부자 동네로 통했다고 한다. 진골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는 대구 최초의 서양식 주택인 정소아과의원이다. 정소아과는 한국전쟁 전후 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당깊은 집>에도 등장할 정도로 대구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던 병원이었다. 변형이 거의 없어 일제강점기 상류층 주거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왕진화  wjh9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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