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평창리 641-41번지에 도착하면 잔디가 잘 가꿔진 가정집 정원과 만난다. 잘 가꿔 진 것은 물론 높이도 일정하고 잔디 밀도와 깔끔함에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도대체 이집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라는 상상을 만들어 낼 즈음에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활짝 웃는 주인공은  ‘잔디 전문 박사’로 통하는 ㈜테크노그린 김인섭(62)회장이다. 어찌 가정집 치고는 잔디가 너무 전문적이다 싶었다. 잔디연구에 30년 넘게 인생을 바쳐온 테크노그린 회사가 있는 곳이다 

“얼마 전 월드컵 경기가 상암월드 컵에서 중계되는 것을 보고, 경기장 잔디가 너무 안좋아서 안타깝고 속상하더군요”
잔디 전문가답게 선수들의 기량과 한국대표팀의 승부보다는 그의 관심사는 역시 경기장 잔디였다. 더 좋은 잔디컨디션에서 축구를 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 테크노그린이 잠실야구장 잔디 관리를 10년 넘게 해 오고 있잖아요. 운이 좋은 것인지 두산과 LG 야구단이 교대로 1년 내내 사용하고 있지만 잔디 컨디션이 나빴던 적은 거의 없었어요”
김인섭 회장은 테크노그린의 잔디관리 기술이 뛰어나다는 대신 “운이 좋아서”라는 말로 대신한다. 사실 관중석이 있는 스타디움 운동장 잔디관리는 일반 잔디관리보다 몇 배 어렵다고 한다. 통풍, 기온, 습도, 선수들의 집중적인 답압 등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런 조건에서 10년 넘게 잠실야구장 잔디관리를 해온 것만으로도 테크노그린의 관리기술은 인정할 만하다. 이외에도 성남공설운동장, 육군체육부대, 국회의사당 잔디밭 관리도 다 테크노그린의 손길로 관리되는 곳이다.

김회장은 1982년 경북대 대학원에서 잔디 연구를 시작으로 한국골프장 경영협회 잔디연구소를 거쳐 1999년 지금의 테크노그린 회사를 세웠다. 안정된 직장에서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잔디 연구와 개발 그리고 관리를 해보고 싶어서 였다. 이후 골프장 코스관리 용역과 골프장 라지패치관리, 골프장잡초관리, 스포츠구장 관리, 천연물 및 미생물을 이용한 제초제와 살균제 개발, 잔디부설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스마트KU골프파빌리온 골프장 코스관리 위탁을 맡아 최상의 잔디컨디션으로 개선 시켜 가고 있다. 이곳 최평석 대표는 “아주 까다롭게 주문하는데도 성실과 책임감 있게 잘 관리해주고 여기에 연구 노력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힐데스하임, 해솔리아, 킹스데일, 그랜드CC, 히든밸리, 썬힐, 레인보우힐스, 청우, 의정부 미8군 골프장 코스관리를 해오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그 노하우를 골프장의 좋은 잔디컨디션 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김회장은 많은 골프장 코스관리 용역보다 우선인 것은 제대로 관리하는 전문업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한다. 코스관리 외에 잡초관리, 라지패지 등 잔디병 컨설팅 등을 함께 하고 있다. 약 70여 곳의 골프장 잔디가 테크노그린의 관심과 관리 속에서 자라고 있다. 특히 테크노그린은 완벽한 장비구축으로 18홀 골프장의 라지패치, 춘고병, 새포아풀 등의 잔디관련 병과 잡초를 단 하루 만에 끝낸다. 바꿔 말한다면 다음날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신속 정확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전문회사이라는 것이다. 
“테크노그린은 골프장 잔디종합 병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잔디와 관련된 모든 문제와 병을 고치는 것이 우리의 일이고 또 건강하게 잘 자랄 때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습니다”

잔디를 연구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집안의 자식 키우는 정성 그 이상이라고 김회장은 말한다. 골프장 잔디는 코스관리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자라며, 새벽녘 코스에서 잔디에게 “잘 잤냐?”고 안부를 물을 만큼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된다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잔디는 안 가본 데가 없다고 한다. 또한 전국 골프장을 다니면서 병충해 예방, 치료를 하면서 ‘그린키퍼 학교’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골프장으로 치면 ‘잔디의과대학’인 셈이다. 지금까지 약 500여명의 그린키퍼가 배출되어 전국 골프장에서 잔디병을 고치는 전문의로 활동 중이다.

김회장 역시 개인적으로는 테크노부설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잔디관련 병 퇴치 연구를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잔디를 망가뜨리는 지렁이 방제를 위한 ‘터치다운’ 개발은 대표적인 업적이다. 
“이 모든 것이 제 힘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린키퍼 학교 출신이며 잔디학회 상임이사로 있는 전민구 대표를 중심으로 100여명의 전 직원이 함께 노력해 준 결과입니다”
무엇보다도 테크노그린은 수주만을 위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평한 계약, 저가계약으로 제대로 관리를 못하는 그런 다운계약은 안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지역별, 골프장별 관리 매뉴얼을 공유해 상호 보완하며 해외 골프장 벤치마킹 등을 통해 한국 골프장 관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사실 골프장은 잔디가 얼굴이죠. 골퍼 분들 페어웨이 좋고, 그린스피드만 좋으면 나머지 불만은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잔디관리로 인해 칭찬도 받지만 원망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잔디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절실함으로 소생시키는 것 만큼 보람된 일은 없습니다” 
김인섭 회장은 병원 의사가 병든 사람을 못 고친다면 말이 되겠냐며 테크노그린에서 병든 잔디를 못 고친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제 전국 골프장이 500개를 넘어섰고 골프장 잔디 종류만도 수십 종에 이르고 있어 더 할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여기에 요즘 골프장들은 친환경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농약대신 미생물 제제에 관심이 많아 이에대한 다양한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골프장의 병든 잔디를 건강하게 소생시키기 위해 저희 테크노그린은 청진기를 목에 걸고 곧바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국내 골프장의 잔디는 테크노 그린이 책임져야죠”
35년 전 처음으로 잔디연구를 시작했던 그 당시는 정말 꿈과 설렘이 가득했다고 말한다. 늘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싱그럽게 물결치는 파란 잔디를 가꾸기 위해 우리 테크노그린은 이른 새벽부터 골프코스로 나간다며 김인섭 회장은 활짝 웃는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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