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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거리속에서 즐기는 가을 산책이국적인 풍광의 양림동, 인천의 명물 차이나타운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9월이다. 뜨거운 가을 햇살로 엷게 물든 들녘들이 황금빛으로 넘실 거린다. 황금 파도 같다. 쪽빛 하늘은 희디흰 구름을 품고 있다. 야무지게 물들고 있는 계절을 보면 우리들의 지난 자취를 돌이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거라 생각한다. 레저신문이 추천하는 근대화 여행지를 나들이 하다 보면 여러 유적들의 가슴 찡한 사연에 여행의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 거기에 여행지마다 즐비한 식당에서는 온갖 산해진미가 한상 가득 차려져 나온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근대로의 산책을 떠나보자.

양림동은 100여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곳이자 광주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다. 당시 지은 서양식 건물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고, 근대의 한옥들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또한 1883년 개항과 함께 유입된 외래문화의 흔적이 현재와 뒤섞여 독특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그 자체로도 색다름을 선사한다. 
근대의 풍경이 남아 있는 도시를 걷는맛은 각별하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9월에는 천천히 걸으며 오래된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느린 여행을 제안한다. 모던(modern)과 앤티크(antique)가 어우러진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광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광주의 근대가 집약된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은 지하철 남광주역 또는 문화전당역(구 도청)과 가깝다. 광주 최대 상권이자 서울 명동에 해당하는 충장로와도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여행은 남광주역 2번 출구에서 1km 거리에 자리한 양림마을 이야기관에서 시작하자. 이곳에서 마을 연혁과 현황, 투어 코스 등을 미리 숙지한 뒤 탐방에 나서면 보다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양림동 근대 유산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오웬기념각, 이장우가옥, 우일선선교사사택, 광주 구 수피아여학교 수피아 홀과 커티스 메모리얼 홀 등이 있다. 

양림교회 앞에 자리한 오웬기념각(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26호)은 전남 지역 최초의 선교사로 광주에서 활동하다 순교한 클레멘트 C. 오웬(한국명 오기원)과 그의 조부를 기려 1914년에 건립됐다. 2층짜리 회색 벽돌 건물로 평면은 정사각형인데 설교단을 모서리에 배치하고 1층 바닥과 2층 발코니를 설교단 쪽으로 경사지게 만들어 객석에서 설교단을 내려다보는 구조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각시탈>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오웬기념각 뒤의 현대적인 건물은 캐나다 출신 선교사 고든 어비슨을 기념하는 어비슨기념관이다. 2층에 카페가 있어 차 한 잔 마시며 쉬어 가기 좋다.

호남신학대학교 쪽으로 가면 일제강점기 서양 선교사들의 사택을 만난다. 학교가 자리한 낮은 언덕은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나 아이들의 주검을 풍장했던 곳으로 선교사들이 이곳에 사택을 짓고 병자를 돌보았다고 한다. 우일선선교사사택(광주광역시 기념물 15호)은 마치 숲 속의 작은 별장 같다. 제중원(현 기독병원) 원장이던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M. 윌슨(한국명 우일선)이 1920년대에 지은 집으로, 광주에 남은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이다. 

1911년 건립된 수피아 홀(등록문화재 158호)은 광주 여성 교육의 요람 수피아여학교(현 수피아여중·고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커티스 메모리얼 홀(배유지 기념예배당, 등록문화재 159호)은 수피아여학교 설립자인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1925년 건립되었다. 
1899년에 지은 전통 상류 가옥인 이장우가옥(광주광역시 민속자료 1호)은 대문간, 곳간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로 구성된다. 대문이 닫혀 있어 집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기 쉬운데, 출입구는 대문이 아니라 왼쪽에 작게 난 샛문이다. 양림동에 자리한 또 하나의 전통 가옥인 최승효가옥(광주광역시 민속자료 2호)은 내부를 개방하지 않는다.  

양림동에는 근대 건축물과 전통 가옥뿐 아니라 갤러리 수, 갤러리 늘, 515갤러리, 한희원 미술관, 양림미술관, 펭귄마을 등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광주시 남구 관광청이 정기투어와 테마투어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주말이면 낭만적인 버스킹 공연도 열리니 여행 전 홈페이지에서 미리 일정을 체크하면 좋다.

 

중국식 먹·볼·살거리 가득한 차이나타운으로의 일일여행
수도권 전철 1호선 인천역과 동인천역 주변은 근대문화의 보물창고다. 1883년 개항과 함께 유입된 외래문화의 흔적이 현재와 뒤섞여 독특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천(차이나타운)역을 나오면 횡단보도 건너편에 제1패루가 서 있다. 패루는 마을입구나 대로를 가로질러 세운 탑 모양의 중국식 전통 대문이다. 패루를 지나면서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이 시작된다.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와 각종 장신구를 파는 상점, 옹기병을 구워 파는 중국식 제과점, 양꼬치 가게, 붉은 간판을 단 수십 개의 중국음식점이 끝없이 이어져 마치 중국어느 도시를 걷는 듯하다. 개항 이후 중국인이 모여 살았던 이곳 차이나타운은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볼거리, 살거리, 먹거리가 무척 많다. 
차이나타운에서 꼭 맛보아야 할 먹거리로 짜장면과 옹기병을 꼽을 수 있다. 짜장면은 인천, 그중에서도 이곳 차이나타운의 ‘공화춘’이 발상지라고 알려져 있다. 공화춘은 산둥 출신 화교가 1910년대 초반에 개업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서울과 인천의 상류층을 상대로 한 고급요릿집이었고, 한국전쟁이후 짜장면처럼 대중적인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인천시 등록문화재 246호이기도 한 공화춘 건물은 현재내부를 개조해 짜장면박물관으로 변신했다. 1960년대 공화춘 주방 모습과 짜장면 만드는 과정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옹기병은 화덕 벽에 붙여 구워내는 만두의 한 종류다. 속 재료로 고구마, 단호박, 고기, 깨 등을 쓴다. 만두라고는 하지만 화덕 벽에 구운 것이라 과자처럼 바삭거린다. 고기는 제법 양이 많고 육즙이 흥건해 출출한 속을 달래기에 적당하다.
붐비는 거리를 벗어나면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이다. 이름 그대로 일본인 거주지역인 ‘일본 조계’와 중국인 거주지역인 ‘청국 조계’의 경계에 위치한 계단인데,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 분위기가 서로 다르다. 왼쪽은 지금껏 걸어온 차이나타운 즉 청국 조계지, 오른쪽은 이제부터 펼쳐질 일본 조계지. 그래서 계단 양쪽의 석등 모양이 다르고, 건물 생김새도 완전히 다르다. 
계단을 오르면 중국 청도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서 있고, 더 올라가면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과 연결된다. 자유공원은 1888년 개항장 조계지 내에 조성된 한국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이다. 자유공원 위에 올라서면 인천항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는 송월동 동화마을이 있다. 본래 인천항 개항 후 독일인 등 외국인이 거주하던 부촌이었으나 인구가 줄고 빈 집이 늘면서 활기를 잃자 2013년부터 꽃길을 만들고 낡은 담과 옹벽에 세계명작동화를 테마로 그림과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지금의 동화마을이 됐다. 
오즈의 마법사>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아라비안나이트> <엄지공주>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헨젤과 그레텔> 등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동화 속 인물과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왕진화  wjh9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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