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전문 기자 1호 출신 최영정 선생께서 얼마 전 본지에 특별 투고를 해주셨다. 그동안 골프관련 컬럼과 글을 40년 넘게 써오고 계시며 지금도 왕성한 창작활동 중이시다. 본지가 선정한 ‘골프라이터스 상’ 1호 이기도 하다. 골프라이터스 상은 골프관련 뛰어난 글을 써온 전문가들에 수여하는 일명 기장패와 같은 의미이다. 기장패란 마이에스트로(maestro)와 뜻이 비슷하며 “오직 한길을 걸어온 명인, 전문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예술의 명인, 거장을 뜻하며 요즘엔 한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인으로 칭송받을 만한 사람을 마이에스트로라고 하며 국내서는 기장이라고 한다. 

그동안 최선생께서는 국내 잘못된 골프 문화, 경기 등의 잘잘못을 가려 격려와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도 본지에 잘못된 골프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투고를 보내는 한편 골프계에서 해결해야할 화두로 남겼다. <편집자 주>

한국골프의 발상지임에도 골프에 관한한 서울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서울시의 골프장 즉 퍼블릭코스가 서울시에 한 곳도 없어서이다. 
태릉에 골프장이 있지만 군(軍)기지 즉 육군사관학교생도용 체력단련 시설이기도 한 만큼 서울시나 서울시민과는 무관한 시설이다. 세계의 거대 수도치고 골프장 한 곳도 갖지 않은 수도는 거의 없다. 세계적인 도시의 경우 시민을 위한 공원시설의 하나쯤으로 또는 공원안의 놀이 시설로써 9홀 또는 18홀 규모의 골프 코스 한, 두 곳을 운영한다. 
그러나 유독 우리의 수도 서울시는 격에 맞지 않게 퍼블릭 코스 한 곳도 갖지 못하고 있으니 이 초라함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궁금하다. 그나마 있는 것도 없애고 새것을 만들지도 않는 형편이다. 

지난날에는 서울에도 많은 골프장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소멸되어 버렸다. 서울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는 달리 도시 구성 요건의 하나인 골프코스의 건설 운영에는 전혀 무책임, 무관심, 무위로 일관해온 탓이다. 
유서 깊은 골프코스들이 정치논리와 도시화 물결에 밀려서 공원, 학교 및 아파트 등의 터로 파괴됐다. 서울시는 탈(脫)골프장 과정을 거쳐 무(無)골프장 지대로 전락했다. 
“서울시는 반(反)골프장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닌가?”라는 오해까지 낳기에 이르렀다. 
일제하의 효창원 코스(용산), 청량리 코스, 이어 군자리 코스(현재 능동 어린이 대공원)의 폐장, 광복 후 복원된 군자리 코스, 신설 관악코스 그리고 용산 미8군 코스가 차례로 폐장되었다. 그러더니 근래에는 거여동 군용 남성대 코스까지 폐장되면서 ‘무(無)골프장 서울’이 완성됐다. 
최근 서울시는 퍼블릭코스인 난지도 코스 역시 폐장했다. 서울시의 갑(甲)질, 관(官) 횡포의 상징이기도 하다. 체육진흥공단에 의해 2백20억원이 투자된 난지도 코스는 서울시의 소송으로 준공 5년 만에 폐장되고 만다. 있는 골프장도 쉬 없애더니 새로 만든 퍼블릭코스도 없애버린 서울시의 처사는 ‘반(反)골프적’이자 골프 복지를 무시한 행정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사안이다. 
서울시는 용산 미8군 골프코스를 그냥 살려 가족 공원 내의 골프시설로 운영했어야 했다. 또한 거여동 남성대 코스도 그대로 인수받아 시민을 위한 골프라이프에 기여하는 시설로 활용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도시의 심장이자 폐’로 일컬어지는 골프코스 두 곳이 “서울시의 자랑스러운 퍼블릭코스로 살아 숨쉴 텐데...”라고 생각해 본다. 물론 아쉽게 생각해 본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시에 무슨 골프장이야? 1~2시간이면 경기도, 인천, 강원, 충북의 숱한 코스에 쉽게 다다르는데…” 
물론이다. 경기 1백60개, 강원 60개, 충북 37개 등 서울 근교 즉 수도권에는 무려 2백50곳의 골프장이 밀집되어 있다. 사실 서울의 골퍼들은 이른바 ‘월경(越境)’골프원정을 꾸준히 해왔고 익숙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골프장이 없는 도시’라는 창피스러운 현실이 치유되거나 합리화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끝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이렇게 건의한다. “1백만평 미국 용산기지의 공원 개발사업안에 퍼블릭 18홀 코스건설을 꼭 넣으십시오. 용산은 효창코스와 미8군 코스가 있었던  연고의 땅, 골프장 명당입니다. 바로 그 용산에 세 번째 골프코스를 만드는 겁니다. 그것으로 난지도 퍼블릭 코스를 폐장시킨 왕년의 관(官)의 횡포, 서울시의 전과(前科)를 뉘우치고 보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영정 프로필
최영정은 1931년 점북 김제출신으로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이리공고 영어교사를 하다가 1959년 조선일보 수습기자로 입사 1968년 멕시코 올림픽 골프취재로 본격 골프기자로 활동했다. 사회부에서 일하다 유도 3단 이라는 이유로 체육부 기자가 됐으며 이후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골프구력 45년, 핸디캡 10, 베스트스코어 76타. 1995년 레저신문이 제정한 제1회 골프라이터 상을 수상. 대표저서 ▲칼럼·골프의 세계(1986) ▲골프격언(1987) ▲19홀의세미나(1991) ▲골프는 세상을 바꾼다(1998) ▲한국골프인물사(2000) ▲이것이 골프매너다(2002)  ▲유익한 골프용어 정답(2007)번역서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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