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된 정유라 씨의 특례 입학 사건이 골프를 포함한 학원 스포츠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승마 특기자였던 그의 고교 편법 졸업과 대학 특혜입학으로 올해부터는 아마추어 학생 선수들의 대회 참가 횟수가 제한됨은 물론 수업 일수 감독도 엄격해 졌다. 
학원 골프계는 이같은 변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선수의 학부모 및 관련 단체들은 새로운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며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부분은 대회 출전 수 제한이다. 국내 학생 골퍼들은 그동안 대회 수에 관계없이 자격이 되는 대회에는 모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부가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에 ‘수업을 하고 운동하라’는 지침을 내린 탓이다.

교육부는 학생 선수가 참가할 수 있는 전국대회 수를 일률적으로 2~4개로 제한했다. 골프의 경우 학기 중 참가할 수 있는 대회 수는 초등학생은 연간 4회, 중·고생 연간 3회에 불과하다. 결국 전국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대회에는 3회밖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KGA 산하 중고골프연맹, 초등골프연맹의 경기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정규수업 이수 의무화와 함께 최저 학력제 적용을 강화했으며 ‘학생 선수 전국대회 참가 시 학교장 확인서’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했다. 학교장 확인서는 해당 학교의 운동선수가 전국대회에 참가한 횟수와 최저학력 기준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증명서다. 전국대회 참가신청 때 제출하지 않으면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정부의 출전 횟수 제한은 학생 선수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각 대회마다 선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활발히 치러지던 수십개 대회 가운데 몇몇 대회는 출전자가 적어 개최가 불투명해진 경우도 생겼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이동 거리가 긴 지방 대회일수록 어려워졌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신청자가 줄어든 대회의 경우 예선을 생략하고 곧바로 본선 경기를 치루는 방식으로 바뀌기도 했다”며 “하반기에도 선수 확보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하루아침에 바뀐 정책, 과연 실효성 있나?
이 제도는 지난해 ‘정유라 특례 입학’ 사태 이후 학생 선수의 학사 관리를 철저히 해 학교체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공부하는 풍토를 만든다는 교육부의 취지에 대해서 학부모들도 이견은 없다. 다만, 연간 출전 대회 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처사에 대해서는 각 스포츠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는 것이 학부모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골프의 경우는 큰 문제가 된다. 개인 운동이기에 수많은 대회 참가가 필수적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지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도 많다. 골프 선수들은 유망주 일수록 많은 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해외에 진출한 투어 선수들은 예기치 않은 ‘악재’를 떠안게 됐다. 

실제로 김효주(22)의 경우는 지난 4월말부터 6주 동안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활동을 중단하며 교생실습을 나갔다. 학사관리 때문이었다. 현재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졸업반인 그는 교생실습이 필수였다. 

물론 미국을 왕복해 가며 대회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어 활동을 하며 학점관리까지 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골프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회 출전을 원할 경우 공문을 내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성적을 무시할 수 없기에 대회 성적보다는 학교 시험이나 과제 준비에 더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 출전은 고사하고 연습라운드나 프로암 대회를 출전하기 위해서도 일일이 공문이 필요하다. 학생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김효주 뿐 아니라 같은 학교인 전인지(23)도학점 관리가 발등의 불이 됐다. 

학생 골프 선수를 둔 한 학부모는 “공부를 챙기겠다는 정부의 방향에는 이의가 없다”라며 “그러나 지금처럼 출전을 규제하는 상황에서는 기량 향상은 커냥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학업을 포기하고 일찍 프로가 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선수중에는 아마추어로서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의 메달이 꿈인 경우도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론 운동선수라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운동에 더 치중한다면 자연스레 학업의 비중은 낮아지게 된다. 타이거 우즈의 경우 스탠포드대학에 진학하고도 프로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중퇴했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성격이 다르다.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이용할 수 없다. 일반 골퍼들이 이용하는 골프장에서 대회를 치른다. 또한 ‘주말 대회 참가는 제한이 없다’는 예외조항도 적용할 수 없다. 얼마든지 주말리그가 가능한 야구나 축구와 달리 골프는 주말에 골프장을 임대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실내 스포츠처럼 야간 경기를 할 수도 없다.

▲ 취지는 살리되 골프 발전도 이루는 솔로몬의 지혜 발휘해야

한국 골프는 리우 올림픽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에서 승전보를 전하며 전 세계에 국위선양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골프 꿈나무가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정부의 지침은 선수 육성은커녕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게 뻔하다. 자칫 골프종목 자체가 고사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골프 등록선수 수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04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던 초등학교 골프선수는 지난해 404명으로 20%가량 줄었다. 여기에 같은 기간 1654명이던 고등학생 선수도 지난해에는 1049명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협회 관계자는 “골프는 경기장이 원거리에 있고 훈련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계절적 제한도 크다”고 설명하고 “경기장이 규격화될 수 없고 주말 대회장 섭외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큰 제약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대표 등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골프 환경이 더 좋은 외국으로 빠져나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들의 반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고1 골프선수를 둔 A씨는 “수업일수나 성적은 철저히 감독하더라도 대회 참가만이라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장래가 어두워진다면 자퇴나 해외 골프 유학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예 골프를 그만 두는 것까지 고려하는 학부모도 있다. 프로골퍼 지망생인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B씨는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보며 세계적인 선수가 꿈이라는 딸의 희망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출석 일수나 시험은 몰라도 대회출전 횟수까지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게 학부모들의 공통된 생각”이라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원 골프 지도자는 “골프에만 특혜를 줄 이유는 없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의 골프에 대한 인식 전환과 골프를 더 이상 고사시키지 않을 합리적인 세부 방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합리적 대안과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현재 초중고와 대학 무대에서 뛰는 학생들이 일방적인 희생양이 됐다고 강조한다. 개혁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시스템은 그대로인체 변화만 요구한다면 공부도, 운동도 실패하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겨난다는 지적이다. 
극심한 부작용과 함께 현장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이번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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