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 레이크 트레킹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쳐진 아늑한 이런 롯지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롯지에서 하룻밤을 묵고 간단한 아침을 먹고 샌드위치를 사서 가방에 챙겨 넣었다. 

오전에 마리안 레이크(Lake Marian) 등정, 오후에 키 서밋(Key Summmit)에 가기로 행선지를 정했다. 밀포드 사운드를 출발해 호머터널을 지나 조금 내려가면 홀리포드 트랙(Hollyford Track)이다. 이 비포장 길을 잠깐 올라가면 마리안 레이크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평평하고 완만한 코스라는 이상국 사장의 달콤한 말에 오늘은 조사장도 합류하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등정을 시작했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울창한 밀림속의 가파른 산길이었다. 

모두 황당해 하면서도 언제 이런 길을 걸어보나 하는 마음으로 좋아 했다. 일찍이 경험못한 온대 우림 이끼 낀 나무들과 그루터기와 이끼가 도포된 돌들로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2시간 쯤 올라가니 해발 700m 산중턱에 애머랄드 빛 호수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옛날 빙하가 머물던 그 자리에 이제 설산 고봉을 머금은 푸른 빛의 호수가 자리를 잡았나  보다. 찾는 사람이 없어 적막하기까지 한 이곳을 우리만이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는 짜릿함은 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등정 트래킹을 쉽게 생각한 우리는 점심으로 준비한 샌드위치 등을 밴에 두고 올라온 탓에 허기가 심했다. 아쉬운 허기를 사탕과 캬라멜 몇 알로 달래며 하산했다. 

차로 돌아 온 우리는 허겁지겁 샌드위치랑 사과로 점심을 먹고 다시 키 서밋(Key Summit) 등정길에 올랐다. 이곳은 피오르랜드 국립공원(Fiord land National Park)의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의 일부로 3시간 정도의 등정으로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짧은 코스다.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은 트래킹 중간에 캠핑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인기가 많은 트랙이라 예약이 항상 많이 차 있으므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죽기 전에 봐야 할 세계30 곳 중 하나인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은 보기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  코스가 그나마 가능한 노선이었던 것이다. 

키 서밋(Key Summit) 습지

그곳 정상의 평원에는 자연습지가 형성되어 다양한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있었고, 정상을 휘감아 싸는 360도 높은 산들의 파노라마는 가히 장관이었다. 멀리 마리안 호수가 보이면 그 호수를 품에 껴안은 듯 끼고 있는 눈 덮인 크리스티나 산(Mt. Christina) 너머에 우리가 등 뒤로 남겨두고 온 밀포드 사운드가 있었다. 키 서밋(Key Summit)은 일기가 워낙 변화무쌍하여 종잡을 수가 없다. 맑았던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했다가 갑자기 비를 내린다. 비를 맞으며 안개 낀 키 서밋(Key Summit)을 내려와 테아나우로 향한다. 오전과 오후의 이어진 등산으로 모두가 힘들만도 한데 의외로 가뿐하고 상쾌한 기분들이다. 그 만큼 좋았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오후 6시 무렵, 우리는 비 내리는 테아나우에 도착했다. 오후 8시 즈음 비가 그치면서 햇살이 나오자 멋진 쌍무지개가 하늘을 가로질러 이 세상과 저 세상에 다리를 놓는다. 그것도 쌍으로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저녁이 되자 모두 식탁으로 모였다.  바비큐 장에서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는 현영길 사장은 까맣게 잊은 채 종일 기다린 자기들만의 식사를 차려진대로 열심히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변변치 못한 식사와 트래킹으로 허기가 졌던 우리는 각자 배고픈 것만 생각하고 최고참이 합류하기도 전 무례하게 먼저 수저를 든 것이다. 바비큐를 들고 와서 본 광경에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한 현영길 사장의 한소리를  듣고서야 알았다. 모두 죄지은 표정으로 어색하게 조용히 저녁을 마무리하는 불편한 밤이 돼버렸다. 

*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Stairway to Heaven), 뉴질랜드에서 발간된 트레킹 가이드북 표지에 적혀 있는 말이다. BBC출판국에서 발간된 『죽기전에 가봐야 할 세계 30곳』에서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소개된 곳이 바로 루트번 트랙이다. 총 32Km로 2박 3일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트레킹이 가능한 시즌은 10월27일 부터 이듬해 4월27일까지이다. 이 시기에 산장이나 캠프사이트 예약은 필수이다. 
▲ 1일차 : 루투번 대피소 → 루투번폴스 산장 8.8Km 
▲ 2일차 : 루투번폴스 산장 → 레이크 메켄지 산장 11.3Km 
▲ 3일차 : 레이크 메켄지 산장 → 더 디바이드 12Km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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