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 스릴 넘치는 레프팅

전날 밤의 비바람으로 나뭇가지 소리와 바람소리에 잠들을 모두 설친 것 같다. 특히 운전석 위의 옥탑 방은 더욱 정도가 심했다. 그래도 날은 밝아 일어나니 밴 주위가 부러진 나뭇가지와 떨어진 나뭇잎으로 어수선하다. 오늘은 래프팅하기로 했는데 기온이 무척 내려가 영하의 날씨임에 틀림없었다. 

샷오버(Shotover) 강에서 래프팅을 하자는 의견이 제안됐었는데 전날 밤 한인식당에서 소주에 취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조도 있고 전반적으로 잠을 설친 탓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어떻게 할 것인지 시원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전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강무희 사장이 래프팅 의견을 낸 것은 비바람 소리에 잠을 설친 일행들을 위해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다. 래프팅을 할지 말지 각자 판단에 맡겼지만 해답을 쉽게 이끌어 내지는 못해 결국 오후 1시까지 상황을 보고 판단하자며 결정을 유보했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밴 내부를 청소했다. 청소 후 개인적으로 소일하며 각자 점심식사를 하고 래프팅 약속시간에 다운타운에 있는 여행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부분 호숫가를 빈둥빈둥 배회하는 것으로 소일했다.

오늘의 낮 최고 기온은 13도, 다음주에는 25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다. 이곳 날씨는 일교차보다도 일별교차가 더 변화무쌍하다. 각조로 흩어져 시내를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오후 1시 여행사 사무실에 모였다. 다시 출발장소에서  버스로 래프팅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잠수복, 신발, 덧옷, 헬멧 등을 챙긴다. 다행인 것은 두꺼운 잠수복이 제공되어 추위를 어느 정도는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 사장을 제외한 다섯 명이 래프팅을 하기로 결론이 났다. 모두 버스에 올라 샷오버(Shotover) 강으로 향했다. 먼저 래프팅이 종료되는 지점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제공한 잠수복과 구명조끼를 입고 강 상류의 래프팅 출발점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45분 걸리는 버스 운행구간의 벼랑길이 스릴 만점이다. 버스가 한대 지나갈 정도로 좁고 가파르다. 이 험준한 산길(Skippers canyon)을 버스기사는 고속도로 달리듯 아무렇지 않게 달렸다. 모두들 머리카락이 쭈뼛함을 느끼며 계곡으로 향했다. 앞차 꽁무니에는 래프팅 보트가 층층이 쌓인 트레일러가 매달려 있는데 아마 우리가 탈 보트인 것 같다. 래프팅 출발점에서 동료들 사진을 찍어주고 벼랑길로 되돌아온 조사장이 래프팅을 한 사람들보다 더 스릴을 만끽한 셈이다. 

우리는 16km 계곡을 두시간 동안 우중에 내달렸다.

마침내 샷오버(Shotover) 강 상류에 도착해 안전요원에게 안전교육과 노 다루는 법을 배우고 벨기에인 두 사람 포함 7명이 선장지시에 따라 힘차게 출발한다. 앞으로, 뒤로, 홀더 등등 재미있게 강을 따라 잘 내려가더니 물세례를 몇 번씩 뒤집어쓴다. 한참을 잘 운항하더니 동굴이 나오고 컴컴한 동굴을 지나자 하이라이트인 계곡이 물벼락으로 보트 전체를 뒤덮는다. 래프팅 총 거리가 16km로 두 시간이 소요되었다. 흐린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협곡 사이를 흐르는 힘찬 물줄기가 동력이 되어 터널도 통과하며 스릴 넘치게 내려 왔다. 중간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행도 있었고 조금은 추웠지만 만족도는 최고다. 좋은 추억과 유쾌한 하루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류 종점에 도착하니 벼랑길을 버스로 되돌아온 조 사장이 혼자 남아 나홀로 추억을 만들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우나와 샤워후 차 한 잔이 꿀맛 같다. 한국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고 우리는 어제 갔던 한국식당에서 불고기에 소주까지 마시고 시내를 배회하다 숙소로 향한다. 퀸즈타운에 돌아온 우리는 내일을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했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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