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림

2017 국내 필드에는 절대강자가 사라졌다. 
현재 KLPGA는 가히 춘추전국시대라 불릴 만하다. 올해는 총 31개 대회가 예정됐다. 지난 주(5월23일 기준) 끝난 두산 매치플레이십까지 8개 대회를 치렀다. 2승의 김혜림을 제외하고는 매 대회 우승자가 다르다. 지난 시즌의 경우 같은 기간 박성현이 4승을 올리며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굳혔다. 이후 박성현은 3승을 더 추가하며 상금왕과 함께 2016년 최고의 별에 등극했다. 지난해는 박성현의 해였다. 뛰어난 실력 외에도 깔끔한 매너와 수려한 외모로 사랑받았다. 박성현은 올 시즌부터는 미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최고의 스타가 무대를 옮기면서 올 시즌 흥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기우로 바뀌고 있다. 매 대회 우승자가 바뀌면서 다양한 재미로 팬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뻔한 결말이 사라지고 스포츠의 묘미인 의외성이 가미되며 많은 스토리들이 양산중이다. 여기에 팬들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들의 활약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관전 포인트도 더해졌다. 다양한 선수들이 실력과 개성으로 인기를 끌면서 KLPGA는 예년과는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오픈에서 우승한 이정은6 (토니모리)는 앞으로 KLPGA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KLPGA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이정은은 우승을 통해 지난해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앞으로도 ‘2년차 징크스’를 딛고 지속적인 활약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신인이자 깜짝 우승의 주인공 박민지 (NH 투자증권)는 삼천리 투게더 오픈 우승 후 어머니가 LA 올림픽 은메달 리스트 김옥화씨 임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는 정규투어 데뷔 10일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민지는 특히 대회 마지막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어진 세 차례 연장전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신인답지 않은 집중력과 승부욕을 선보였다.  

김민선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는 시원한 장타로 김민선5 (CJ오쇼핑)가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통산 4승을 기록한 그는 대회 기간 내내 시원한 장타를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의 한을 풀고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을 차지했다. 평소 마지막 라운드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김민선은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는 샷을 선보였다. 2014년 데뷔해 네 번째 시즌인 올 시즌까지 매 시즌 1승을 올리는 꾸준함을 보였다.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김지현(한화)이 생해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데뷔 7년차, 125경기만의 우승이었다. 뜨거운 눈물로 기쁨을 대신한 그는 갤러리와 동료 선수들에게 갈채를 받았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데뷔 2년차 김지영 (올포유)이 통산 첫 승이자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면서 상금왕 레이스에 합류했다. 
현재 ‘대세’로 떠오른 선수는 김해림이다. 올 시즌 2승을 포함해 다섯개 대회에서 톱 10에 진입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지만 유력한 대상 후보다. 

김지영

두산매치플레이어서는 돌아온 김자영이 박인비를 꺾고 제2의 전성기를 준비중이다. 특히 김자영은 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거둬 매치플레이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김해림은 중국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과 6번째 대회였던 제4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도 우승했다. 최종합계 4언더파 212타로 2위 정슬기를 1타 차로 따돌리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현재 2승의 활약을 바탕으로 상금, 평균타수 등 각 부문 순위표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누적 상금도 3억을 넘어 선두다. 현재 상금 3억원을 넘긴 선수는 김해림이 유일하며 2억을 넘긴 선수도 2위인 이정은(2억4763만만원) 뿐이다. 김해림은 평균타수에서도 1위(69.95타)를 달리고 있고 그린적중률도 1위다. 특히 최근 5개 대회에서는 6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물오른 샷감이 보여주고 있다. 매 경기 우승을 노릴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뒤늦게 데뷔해 첫 승을 신고했던 김해림이 전성기를 맞이한 데에는 혹독한 겨울 훈련을 견딘 덕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하루 2∼3시간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근력을 길렀다. 비거리가 늘고 샷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기복 없는 플레이로 이어졌다. 

KLPGA는 올해도 새로운 신인들의 선전과 치열한 상금왕 경쟁이 펼쳐지면서 갤러리들을 모으고 있다.

KLPGA 투어는 아직 20개 대회 이상이 남았다. 얼마든지 새로운 얼굴이 출현할 수 있다. 현재 교생 실습 중인 김효주(22)를 비롯해 미LPGA 투어의 강자 이미림(27)도 호시탐탐 우승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메이저대회인 살롱파스컵 준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고진영(22)도 시즌 첫 승을 노리고 있다. 현재 김해림과 상금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정은(21)도 눈여겨 볼만하다.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5년만에 우승을 차지한 김자영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매치플레이에서 보여준 단단한 멘탈과 흔들림 없는 샷은 올 시즌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다양한 우승자들의 출현은 KLPGA 선수층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올 시즌 KLPGA 정규투어는 지난해와 달리 투어를 지배하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매 대회 때마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우승자가 탄생하며 새로운 흥행 방정식을 써가고 있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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