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하늘, 안신애, 이보미. (사진=오상민 기자, KLPGA 제공)

일본에 불어 닥친 ‘섹시퀸’ 신드롬은 예상보다 강렬했다. 지난 2주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안신애(27)의 ‘섹시퀸’ 신드롬에 촉촉이 젖어 들어갔다. 한 일본 미디어는 안신애를 밀착 취재하며 ‘섹시퀸’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지금 JLPGA 투어 화제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안신애다.

안신애는 데뷔전이었던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메이저)에서 공동 41위,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에서는 컷 탈락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이른 아침부터 만원 갤러리를 대회장으로 불러들이는 등 JLPGA 투어에 ‘섹시퀸’ 신드롬을 일으키며 새로운 흥행카드임을 입증했다.

안신애는 대회 기간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응원 갤러리에 대한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1000번이라도 ‘아리가토(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일본에 와보니) ‘한국에서 뛴 9년은 도대체 무엇이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2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는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2주였다”며 응원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대회장을 떠났다.

그야말로 안신애 신드롬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부족했다. 성적이다. JLPGA 투어 성공에 있어 성적은 선택 조건일 수 없다. 고즈마 고토노(25), 가네다 구미코(28), 마쓰모리 아야카(23) 등 출중한 미모를 갖춘 일본 선수들이 JLPGA 투어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성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김하늘, 이보미(이상 29)는 외국인이지만 미모와 실력을 동시에 갖추며 JLPGA 투어 최고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이보미는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르며 일본 남녀 스포츠스타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김하늘은 데뷔 첫해 코스와 문화적 부적응으로 좌초 위기에 몰렸지만 오직 실력으로서 정상에 올라섰다. 올 시즌은 상금순위와 메르세데스랭킹(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부문 1위에 오를 만큼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주 끝난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에서는 컷 탈락한 이보미가 베스트스마일과 베스트드레서로 선정됐다. 다수의 일본 언론이 대회 전부터 안신애 기획 특집을 꾸미는 등 ‘섹시퀸’에 집중된 관심도를 입증했지만 갤러리 투표에서는 이보미에 미치지 못했다.

기사 내용도 흥미롭다. 김하늘과 이보미는 기술과 당일 컨디션, 코스 공략 등에 초점이 맞춰 보도된 반면 안신애 관련 기사는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무릎 위 30㎝’, ‘긴 다리’, ‘타이트한 골프웨어’, ‘G컵 몸매’ 등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직은 서툰 일본어도 해결 과제다. 일본어는 이보미가 사랑받는 이유이자 JLPGA 투어 성공의 핵심 요소다. 그는 통역 없이도 유창한 일본어로 인터뷰에 응한다. 때론 재치 있는 농담으로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하고, 때론 진지한 모드로 기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김하늘은 한때 서툰 일본어로 인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데뷔 첫해였던 2015년 성적 부진과 서툰 일본어, 문화적 부적응 등이 맞물려 투어 포기 결정까지 이르렀다. 그런 김하늘이 JLPGA 투어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노력이 뒷받침된 성적뿐이었다.

안신애가 성적 부진과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성적이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흥행은 반짝 신드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즉 눈요깃감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섹시퀸’ 신드롬의 진정한 완성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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