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의 종류는 크게 한국형 잔디(난지형 잔디)와 양잔디(한지형 잔디)로 구분된다. 
한때 양잔디 식재 여부가 명문골프장의 기준이었던 때가 있었다. 찬바람이 불면 한국형 잔디가 누렇게 변하는 반면 양잔디는 사시사철 푸르러 보기에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보기에 좋은 양잔디는 그러나 생육에 필요한 조건이 국내 기후와는 달라 만만치 않은 관리비용이 든다.
특히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는 여름이면 타서 녹아버릴 수 있는게 단점이다. 더위에 약해 여름에 성장을 멈추는 대신 봄·가을 잘 자란다. 늦가을까지 푸른 잎을 볼 수 있다. 잔디가 손상돼도 빠르게 복구되기 때문에 골프장에 적합하다. 물론 관리 측면에서 볼 때는 한국형 잔디가 최고다. 유지관리도 비교적 수월하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다만 한국 잔디는 4~9월까지 자라기 때문에 여름 더위에는 잘 견디지만 가을이면 잎이 누렇게 변한다. 

양잔디와 한국형 잔디는 샷을 하는 방법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제주도 골프장에만 가면 볼이 안 맞는 골퍼들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양잔디가 식재된 골프장이 많다. 
양잔디는 종류도 다양하다. 켄터키블루와 버뮤다그래스에, 주로 그린을 조성하는 벤트그래스를 아예 페어웨이까지 적용한 골프장도 있다. 

최근에는 지역을 막론하고 양잔디에 과감한 비용을 투자하는 골프장이 늘었다. 바로 ‘명문골프장’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신설된 골프장들은 양잔디가 많다. 골퍼들도 ‘양잔디= 고가골프장’으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원권 시세와 골프장 평판을 결정짓는 것은 잔디의 종류보다는 관리상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안양CC는 양잔디가 아닌 한국형 잔디(안양 중지)를 사용하지만 국내 최고의 관리상태를 자랑하며 ‘명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양잔디는 공략방법도 다르다. 한국형 잔디에 익숙해 있다면 양잔디에서의 라운드는 쉽지 않다. 많게는 5~6타까지 스코어가 더 나올 수 있고 뒤땅이나 토핑 등 미스 샷이 쏟아질 수 있다. 
한국잔디는 우선 빳빳해서 티에 올려놓은 듯 볼을 맞히기가 쉽다. 반면 양잔디는 뿌리가 질기고, 엉켜 있어서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미스 샷의 확률이 높아진다. 또 밀도가 높고 잎이 부드러워 임팩트 때 저항도 크다. 약간만 빗맞아도 거리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방향도 좌우로 휘어진다. 마치 벙커 샷을 하듯 볼만 깨끗하게 맞히는 정밀한 샷이 필요하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