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언덕에서 바라 본 Centaur Peaks

오늘은 퀸즈타운까지 160km 정도만 가면 된다는 이상국 사장님의 말에 모두가 안도했다. 그동안 이동하는 데에 따른 나름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리는 와나카 호숫가에 있는 와나카CC에서 여유롭게 골프를 하기로 했다. 

골프를 한다면 초여름의 덥지 않고 화사한 기온 속에서 설산과 호수를 바라보면서 호쾌한 샷을 날려 보내는 그 기분을 누가 감히 알 수 있을까? 늘 낙원 같은 뉴질랜드의 광야에서 호수를 향해 넉넉하게 유유자적하며 치는 골프를 꿈꿔 오지 않은 골퍼가 어디 있으랴.

근처에 있는 와카나 골프클럽에서 오랜만에 재미있는 명랑골프를 하고나서 출발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호수와 설산을 향해 공을 날리는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일이었다. 
골프라운드를 끝내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니 인근 마을의 여성회원들의 정기 모임이 있는지 클럽하우스 전체가 왁자지껄했다. 우리는 소음을 피해 테라스로 나와 앉았다.

테라스에 앉아 먼 설산을 보며 마시는 생맥주 한잔은 그냥 맥주가 아니었다. 신선들의 꿀물인 듯하다. 시원하고 맛있다. 특히 남섬의 맥주가 유난히 맛이 있다. 이날 이후로 우리는 항상 냉장고에 맥주를 채워 넣는 버릇을 간직했다. 

애로우 융티온의 평화로운 목장

시원하게 목을 축인 우리는 다음 행선지를 향해 험준한 산을 넘어 골짜기로 들어 왔다. 와나카에서 우회하는 6번 도로를 버리고 애로우 융티온으로 바로 넘어오는 산길인 크라운 레인지 로드(Crown Range Rd)를 택했다. 높은 데서 멀리 내려다 바라본 골짜기의 목가적인 풍경은 평화롭기가 그지없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다. 한 시간 반쯤 걸렸을까? 뉴질랜드 최고도의 도로를 따라 산을 올라타고 골짜기로 내려오면서 둘러보는 낭만과객에게 퀸즈타운이 산봉우리의 눈, 와카티푸 호수와 더불어 눈에 들어온다. 

산길을 내려와 광산촌 Arrowtown 인근에 있는 와이너리(Amisfield Winery& Bistro)에 들렸다. Marlborough 지역의 Hunter's winery와는 달리 세련된 건물과 레스토랑, 그리고 Winery Tour로 온 여러 나라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는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앉아 호사스럽게 고급와인 한잔씩을 시음했다. 일부 어떤 이는 개인적으로 시골스러운 Hunter's wine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어 이는 맛보다도 인간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고들 한다. 
맛스러운 치즈 등을 곁들인 와인을 마시고 몇 병을 구입하여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냉장고에는 아까 구입한 맥주와 지금 구입한 와인이 그득하여 주당들은 흐뭇한 모양이다. 남섬의 양떼목장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도시 퀸즈타운(Queens town)에 드디어 별 고생 없이 도착했다. 퀸즈타운은 와카티푸 호수(Wakatipu Lake)를 끼고 주위의 산들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도시이다. 그 아름다움이 빅토리아 여왕에 어울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1862년 숏오버 강(Shotover River)에서 금맥을 발견하면서 발전한 도시로 지금은 고원의 피서지 같은 분위기로 다양한 Activity의 거점으로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제트보트, 낚시, 골프 등을 즐길 수 있으며, 내륙에 자리한 입지로 주변 지역으로의 관광거점 역할을 한다. 세계 각지에서 매년 130만 명이 몰려 온다. 

시내에 있는 홀팍에서 짐을 풀고 오랜만에 저녁은 한식으로 하기로 했다. 
이상국 사장님이 17년 전에 와본 한국식당을 찾기로 했다. 다운타운이 작은지라 호수가를 어슬렁거리다 어렵지 않게 서울식당을 찾았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같은 집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양고기 구이를 주문해 오랜만에 소주 한잔을 했다. 소주 값이 좀 비싸긴 했지만 저녁과 함께 반주를 하고 나오면서 래프팅 예약을 하고 홀팍으로 돌아 왔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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