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그린재킷’ 주인공 가르시아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소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세르지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승리의 그린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르지오 가르시아의 우승으로 끝난 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하며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겼다. 특히 동갑내기인 가르시아와 로즈는 마지막 라운드 내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먼저 치열한 접전만큼이나 골퍼로서의 품격을 보여준 이들을 향해 골프계의 갈채가 쏟아졌다. 타이거 우즈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4라운드가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가르시아, 축하한다. 우승할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렸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역시 트위터를 통해 두 선수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매킬로이는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가르시아를 향해 “훌륭한 선수들이고, 좋은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베른트 비스베르거(오스트리아)는 “올해 마스터스는 그린재킷 2개를 줘야 한다”며 4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린 가르시아와 로즈 모두에게 찬사를 보냈다.

가르시아가 우승한 이 날은 공교롭게도 같은 스페인 출신의 전설적인 선수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생일이었다. 현지 날짜로 4월 9일 우승을 확정했고 바예스테로스는 1957년 4월 9일생이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이날은 60번째 생일이 되는 날이었다. 
바예스테로스는 1980년과 1983년에 두 차례나 마스터스를 제패했고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세 번 우승하는 등 1970년대와 1980년대 세계 남자골프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유럽투어에서만 50승을 거뒀고 프로 통산 91승을 기록했다.  

실제로 이날 가르시아의 우승에는 “하늘이 도왔나” 싶은 생각이 드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특히 15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홀 약 2.5ｍ에 붙이면서 극적인 이글을 잡아 선두를 달리던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따라잡은 것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또한 연장 첫 번째 홀이었던 18번 홀(파4)에서도 로즈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리면서 나무를 맞혔지만 가르시아는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투온에 성공, 약 4.5ｍ 버디 퍼트를 남긴 것도 행운이 따른 장면이었다.

우승을 통해 ‘한풀이’에 성공한 가르시아는 지긋지긋한 ‘메이저 무관’ 꼬리표를 떨쳤다. 미PGA투어 9승, 유로피언 투어 12승을 차지한 그는 유독 메이저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그는 ‘골프 신동’으로 널리 알려졌다. 19세 때인 1999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당시 세계최강이었던 타이거 우즈(미국)와 우승경쟁을 펼치면서 골프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우승컵은 우즈에게 넘기고 2위를 기록했지만, 팬들은 가르시아가 우즈에 못지않은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이후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2번, 디 오픈에서 준우승 2번을 기록했고, US 오픈에서 공동 3위, 마스터스에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항상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놓고 고개를 숙였다.
가르시아는 이번 마스터스 전까지 메이저대회에만 총 73회 출전했다. 그리고 74회째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73전74기이고, 22년간의 기다림 끝에 이룬 인내심의 승리였다. 

정찬필 기자  gvd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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