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내용인 즉 대통령 취임 이후 8주 연속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다는 것이고 그것도 골프장에서 대통령 업무를 봤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행동에 대한 잘, 잘못을 따지기 전에 개인적으로 부러움이 먼저 앞선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한국이었다면 이라는 상상만 해도 쏟아질 비난은 명약관화(明若觀火) 한 일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재임시절 일주일에 2회 정도 골프를 한 골프마니아이다. 휴일은 물론 업무와 연관됐을 때도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적 정서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예 대통령이 되면 평소 잘 하던 골프 라운드도 끊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 또 골프 라운드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느낀다.   

국내 골프장에 대한 대부분의 편견과 선입견은 정치적, 사회적, 언론으로부터 왔다고 본다. 하지만 엄격히 따져보면 골프계에서 자초한 일들도 많다. 먼저 골프장 하면 문턱이 높고, 일반 대중들이 다가서기 어려운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2, 30년 전 골프장은 소위 황금알을 낳는다고 할 만큼 위세가 등등했다. 부킹 하나를 받기위해 그룹사 비서 실장이 오전 내내 골프장 예약실에 선물을 사들고 와서 기다려야 했다. 청와대 비서실이 부럽지 않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 당시 골퍼 역시 폐쇄적이고, 특수층이 많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골프 전반에 걸쳐 편견화 된 것도 사실이다. 

트럭과 경승용차를 타고 가면 골프장 입구에서 제재를 당하기 일쑤였다. 잡상인 출입 금지는 물론이고 행여나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골프장을 방문하면 1, 2시간 기다리는 것도 허다했다. 심지어는 부킹에 불이익을 봤다며 프런트 직원과 예약 직원의 따귀를 때리는 몰상식한 장면도 자주 목격되곤 했었다. 부끄러움의 소치이다.

필자 역시 골프에 대한 이미지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골프관련 책을 발행했고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연예인 골프구단 창설’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 ‘쌀한포대의 기적’ 등의 행사를 펼쳤다.
이후 골프장에 대한 이미지는 지역주민과 함께하고 노블리스오블리주를 실현하는 곳으로 많이 개선되어 있다. 물론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류 골프스타들의 역할도 매우 컸다고 본다. 중소기업 대리도 골프를 치고 골프장 지역 주민들도 골프를 치는 말 그대로 골프 대중화가 실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골프장과 골프계에는 상식이하의 잘못된 일들이 간혹 벌어지고 있어 당혹스럽다. 
얼마 전 업계 관계자 A씨는 사전 예약 없이 골프장을 찾았다가 약속한 적 없으니 해당부서에서 돌아가라고 해 쫓기듯이 빠져나왔다고 한다. 1시간 이상을 달려갔는데 매몰차게 돌아가라는 것은 아직도 2, 30년 전의 구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전 골프장 CEO는 “아직 골프장 부서 중에서 문턱이 높은 곳이 있다”며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본지 신문 구독을 중지하겠다며 전화하는 골프장 직원들은 명령식으로, 그것도 신문사 막말을 섞기도 한다. 단지 아쉬운 것은 신문 구독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정중하게 해줬으면 싶다. 신문구독 담당자가 눈알이 빨개질 만큼 골프장으로부터 야단을 맞아야 할 상황인가를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음지전양지변(陰地轉陽地變)이란 말이 있다. 음지가 양지가 된다는 뜻이다. 이제 세상은 바뀌어 소비자가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아직도 골프장이 결정하는 시대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SNS를 통해 많은 골퍼들은 골프장을 평가하고 또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를 떠나서라도 이제는 골프가 국민들과 정치적, 사회적, 언론으로부터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우리도 미국 대통령처럼 업무를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길 앙망해본다. 그 희망을 앞당기는 것은 우리 골프계가 먼저 바뀌어야 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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