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츠 요셉(Franz Josef Glacier) 가는 길! 멀리 계곡 사이로 보이는 빙하

4주간의 일정 중 절반을 지나고 있다. 오늘은 프렌츠 요셉(Franz Josef Glacier) 빙하와 폭스(FOX)빙하를 트레킹 하기로 한 날이다. 두 빙하는 남알프스(Southern Alps) 산맥에서 해발 300m 미만의 울창한 우림 사이에 위치한 특이한 빙하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다. 길이는 각각 12km, 13km에 이른다. 
프렌츠 요셉 빙하를 가는 길은 흐리긴 해도 비가 오지 않아 걷기에 좋았다. 가는 길은 평탄하고 중간중간에 폭포도 볼 수 있었다. 산 정상에서 녹은 눈은 높은 절벽을 타고 폭포가 되어 대지를 적신다. 요셉 빙하가 가까워 오자 우리의 눈요기를 시기라도 하듯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내려와 카페에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며 간단한 식사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겼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 비가 멎기를 마냥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다. 빗속의 트레킹도 나름 낭만이라고 자위하면서 우리는 폭스 빙하로 향했다. 빗 길을 달린 후 한 시간 반의 트레킹으로 프렌츠 요셉 빙하에 도달한 것이다. 서해안의 궂은 날씨 속에 비 내리는 물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빙하가 보인다. 내려와서는 포장해 온 양고기로 점심 식사를 마쳤다.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계곡.

다음은 폭스 빙하. 1만 년 전의 빙하가 녹아내린 물줄기를 따라 폭스 빙하로 올라갔다. 비구름 속에서 잠시나마 시야가 반짝한다. 뉴질랜드 빙하는 대부분 남섬의 남알프스 지역에 위치해 있다. 1980년대 남섬의 빙하를 조사한 결과 1hr 이상의 빙하는 약 3,155개이며, 이중 16%가 10hr 이상의 거대한 빙하이다.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에 형성된 이 빙하들의 녹은 물이 지금의 강을 이루고 호수를 만든 것이다. 자연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 “무엇이 그리 바쁘냐”라고 하는 것 같다. 우리의 인생길이 짧아서 일까? 지금부터라도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폭스 빙하를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남알프스 산맥을 넘어 와나카(Wanaka)로 이동한다. 주행거리가 300km가 넘었다. 6번 도로로 서부 해안지역에서 내륙으로 넘어오는 산림도로(Haast Pass)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상국 사장이 군대 시절 즐겨 불렀다는 『그때 그 사람』을 함께 흥얼거리며 울창한 숲길을 달렸다. 여행 시작부터 기른 수염이 거칠어 보이지만 얼굴 가득 행복이 넘쳐흐르는 표정들이다. 

와나카 홀팍(Holiday Park)에서 바라본 전경.

숲길을 지나 산맥을 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고 아름답다. 뉴질랜드는 푄 현상의 영향으로 습기를 머금은 구름이 남알프스 산맥을 넘지 못하고 서쪽에 비를 뿌리며 산을 넘다 산꼭대기에 눈을 만든다. 일부 산간지역은 강수량이 6,000mm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동쪽으로 산을 넘는 동안 높은 산의 구름 사이로 폭포가 많이 보인다.  산맥을 넘으니 산으로 둘러 싸인 와나카 호수가 우리를 반긴다. 와나카 호수는 넓은 분지 모양의 협곡 사이에 물이 가득 찬 호수이다. 

뉴질랜드는 전국 곳곳에 일 년 내내 고르게 내리는 비와 빙하가 녹은 물이 만든 거대한 호수들이 많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다. 넓은 땅에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은 삶일 것이다. 
와나카 호수를 끼고돌자 언덕 넘어 하웨아(Hawea) 호수가 나타난다. 거대한 호수 두 개가 나란히 남알프스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하웨아 호수를 지나 언덕 위에 위치한 와나카 홀팍 Top10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가 지나서였다. 큰 산들로 둘러싸인 골짜기인데도 해는 아직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와나카의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가득 찬다.  와나카 호숫가에 저녁 자리를 편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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