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해안선 아벨테즈만국립공원.

어제는 캠프파이어와 함께 청명한 별빛 아래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으로 모처럼 취하게 마셨다. 우리는 전날의 과음에도 아랑곳 않고 일찍 일어나 아침을 라면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지금껏 아침은 주로 라면과 밥이었지만 오늘 라면은 특히 맛있었다.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코스트 트랙(Coast Track) 남코스 고트 베이(Goat Bay)까지 2시간여 산책길은 우리를 상쾌하게 했다. 아주 깊은 산속에 들어 온 듯한 고즈넉한 산길과 아름드리 나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원시림, 그리고 아름다운 해안선,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Abel tasman의 나무고사리.

다음에 반드시 다시 올 것을 다짐하며 길을 잡는다. 오늘은 먼 길을 가야 한다. 어제 왔던 험준한 비포장 길을 다시 거슬러 리치몬드에 들러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서해안 쪽으로 빗속 이동을 해야 한다. 
당초 계획은 도착지가 웨스트포트(Westport)였으나 오후 들어 비바람이 심하게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이상국 사장이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니 내일을 위해 조금 더 가자고 하는 바람에 그레이마우스(Greymouth)까지 장장 400여km를 이동했다. 뉴질랜드의 남섬 서해안 날씨는 비와 바람이 많아 변화무쌍하고 변덕스럽다. 

비내리는 그레이마우스 씨시아드 톱10 홀팍(Greymouth Seaside Top 10 Holiday Park).

아벨태즈만 국립공원과는 너무 다른 서해안의 날씨! 오후 내내 비가 내린다. 홀팍 해안가에 나가니 파도가 무섭게 덮친다. 
해안가에 위치한 그레이마우스 씨사이드 톱10 홀팍(Greymouth Seaside Top 10 Holiday Park)은 별4개 등급의 깨끗한 모텔과 롯지, 캠핑장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중고등학생들이 단체 여행을 와서 다소 북적이긴 했어도 번거롭진 않았다. 여행 온 어린 학생들은 볼 때마다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 뉴질랜드에서도 느낀 사실이지만 서양인들은 인사가 습관이 된 듯하다. 하루에 몇 번을 마주쳐도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모습은 동방예의지국이라면서도 무뚝뚝한 우리가 배워야 할 예절인 것 같다. 

남섬 서해안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 못한 아쉬움을 날씨 탓으로 돌린다 해도 너무 아쉬운 것은 왜일까? 식사, 운전, 잠자리 등등 모든 것들이 순조롭다. 반면에 남섬은 평소 상상했던 것보다 쌀쌀하고 궂은 날씨가 많은 것이 아쉬웠다.
남섬에 오니 통신상태도 안좋다. 오후 7시에 그레이마우스(Greymouth)에 도착하여 식사 당번조인 조사장과 함께 어제 잡은 생선으로 조림과 매운탕을 요리해서 맛있게 먹었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너무 많은 길을 달렸으니 쉬고나서 내일은 빙하계곡부터 시작되는 신세계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박경제 (여행가·이로움 대표) 강무희 (전 동양증권/자산운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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