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 하 (하종두) 골프코스 디자이너

조형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설계자의 의도를 코스에 구현해 주는 방법이다. 설계자가 도면에 코스를 설계하는 작업은 주변 환경을 철저히 연구하고 코스가 마치 예전부터 오랫동안 있었던 지형과 같은 모습을 가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변의 산은 어떻게 분포되어 있고 모양은 어떠하며, 태양이 일출하고 일몰하는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그림자는 어디까지 누워지는지 사전에 연구한다. 
또한 강의 흐름은 어떠하며, 물은 어떻게 흐르고 고여 있는지, 나무는 어떠한 모습을 가지는지 연구하고 코스에 적용한다. 그런데, 아무리 연구해도 코스를 조형하다 보면 보여 지는 각도와 환경에 따라 설계와 많이 달라진다. 이 경우, 현장에서 조형을 변경하고, 현장과 어울리는 조형을 우선하여 조형을 진행하여야 한다. 
조형을 변경할 경우 가장 우선시 되는 항목은 설계자의 의견이다. 설계자가 의도하는 조형이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의견을 구해야 한다. 조형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 조형사와 설계사는 많은 공사 중 교류가 필요하며,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좋은 설계사는 항상 궁합이 맞는 조형사를 고용하여야 한다. 

조형에 있어 무게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골프 코스에서 보이는 모든 것에는 무게가 존재한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모든 사물에는 시각적 무게가 있다. 시각적인 무게를 계산하여 조형에 적용하여야 한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양쪽의 무게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지만 코스의 균형이 맞는 것이다. 균형이 맞지 않은 조형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불안감을 유발시키게 만든다. 
실제 사물의 무게와 시각적 무게는 비슷하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돌과 물의 무게는 실제로도 무겁지만 시각적으로도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시설물에 대한 무게는 실제 무게보다 더욱 더 무겁게 느껴진다. 벙커와 같은 헤저드의 경우 더욱 더 그러하다. 그린 옆에 있는 벙커와 그렇지 않은 벙커의 무게는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 공략 방향에 있는 벙커와 그렇지 않은 벙커와도 무게감은 서로 상반된다. 벙커의 무게는 어떻게 보면 플레어어가 느끼는 부담감과도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특정 시설물에 대해 시각적으로 계속 주시하다 보면 해당 시설물의 무게가 무거워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나무의 무게는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티 주변이나 그린 주변, 공략 방향 인근에 위치한 나무는 플레이어의 심리적인 요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티 인근에 있는 크지 않은 나무가 골퍼들의 공략점 변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지켜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나무 한 그루로 인하여 대부분의 골퍼들의 공략점이 달라지는 것은 해당 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골퍼에게 상당함 무게감을 줄 수 있는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무게감을 가장 중요시 하는 설계자 중 한 명이 ‘탐파지오’라고 할 수 있다. 원경에 있는 산의 무게감의 균형감을 위해서 산 반대편에 비교적 큰 벙커를 위치시켜 무게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방법을 책에서 가끔 설명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골프를 전혀 모르는 화가를 고용하여 시각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추구할 것이고, 무게감을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를 문의하기도 하였다. 

골프코스 개발에 있어 조형사는 단순히 불도저를 운영하는 기사가 아니다. 
아무리 설계자가 좋다 하더라도 코스를 조성하는 조형사가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코스는 절대로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 단순히 불도저 기사라고 해서 골프코스 조형사가 될 수는 없다. 골프코스 조형사는 코스의 물리적인 구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갖추어야 하며, 설계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설계적인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예술적인 안목을 갖추고 있어 일반자연을 설계자가 구현하고자 하는 예술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항목은 설계자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구조적으로 뛰어난 안목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해당 코스의 설계자와 같은 모습을 그리지 못한다면 해당 조형사는 좋은 조형사라고 할 수 없다.
가끔은 현장소장이 설계자와 조형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현장 소장이 설계자와 조형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는 경험이 부족한 소장일때가 많다. 골프선진국에서 가장 유능한 현장 소장은 도면을 보고 설계자와 조형사를 지시하여 현장소장이 만들고자 하는 코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가 추구하는 코스를 조성하기 위해서 그 환경을 완벽하게 준비해주는 소장이라 할 수 있다. 

가끔 현장에서 그 경계를 지키지 못하는 현장 소장을 만나는 데, 해당 프로젝트의 대부분의 결과물은 기대만큼 산출되지 못한다. 하지만, 더 불행한 사실은 해당 결과물에 대해 “이것이 최선이었다”라고 인지하는 해당 소장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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