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JLPGA 투어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 남부의 류큐골프클럽. (사진=오상민 기자)

류큐왕국(琉球王国ㆍ1429~1879)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일본 오키나와(沖縄)엔 아름다운 골프장이 많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낀 천혜 비경 때문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벗 삼은 코스는 곱디고운 열대 식물로 한껏 멋을 냈고, 연평균 기온 22도의 쾌적한 날씨는 남국 골프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한다.

오키나와 골프장의 공통점은 강한 바람과 변덕스러운 날씨다. 물 폭탄을 연상케 하는 강한 비바람이 불어 닥치다가도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을 드러내곤 한다.

코스 환경에도 규칙 아닌 규칙이 있다. 나하(那覇)공항에서 가까운 남쪽 골프장은 편리한 접근성을 등에 업고 명문 반열에 올라섰다. 반면 공항에서 먼 북쪽 골프장은 이국적이면서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녔지만 그린피는 비교적 저렴하다.

매년 JLPGA 투어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 남부의 류큐골프클럽. (사진=오상민 기자)

나하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이내 거리에는 류큐골프클럽이 있다. 오키나와 본섬 남부 난조(南城)시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1977년 7월에 문을 연 27홀(파108ㆍ9780야드) 코스로 이듬해인 1978년 클럽하우스가 완공,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토너먼트 코스로서도 명성이 높다. 1988년부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를 개최했고, 2006년에는 일본골프투어기구(JGTO)와 코스 제휴를 맺었다. 2009년에는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이 열리기도 했다.

특히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3월 2일~5일)는 총상금 1억2000만엔(약 12억원)의 특급 대회로 이보미, 신지애, 김하늘(이상 29), 전미정(35), 이지희(38), 안선주, 윤채영(이상 30)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2015년과 2016년엔 대만 출신인 테레사 루(30)가 우승했다.

매년 JLPGA 투어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 남부의 류큐골프클럽. (사진=오상민 기자)

긴장감 넘치는 코스 레이아웃은 류큐골프클럽의 가장 큰 매력이다. 광대한 (51만평) 부지에 서(3235야드)ㆍ동(3256야드)ㆍ남(3289야드) 코스로 조성된 27홀 코스는 긴장감과 해방감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바다에서 가까운 만큼 탁 트인 해방감을 선사하지만 늘 강한 바람이 변수다.

서 코스는 넓게 펼쳐진 페어웨이가 장타 본능을 유발한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호쾌한 샷을 만끽할 수 있어 남성들에게 인기다. 반면 동 코스는 수목과 연못, 벙커 등이 전략적으로 조성된 아기자기한 코스다. 푸른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골프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남 코스가 압권이다. 자연 그대로를 코스로 조성, 다이내믹하면서 변화무쌍한 레이아웃이 오키나와 골프장의 진수를 보여준다.

매년 JLPGA 투어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 남부의 류큐골프클럽. (사진=오상민 기자)

부대시설로는 골프숍과 레스토랑, 목욕탕, 4개의 그늘집 등이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소키소바(950엔), 오키나와소바(1050엔), 데비치지루(족발 스프ㆍ1400엔), 우미부도동(바다포도 덮밥ㆍ1150엔), 오키나와 짬뽕(1100엔), 라후테(돼지갈비찜ㆍ1600엔) 등 오키나와만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회원 그린피는 평일ㆍ주말 상관없이 7805엔(약 8만원), 비회원은 평일 1만9145엔(약 20만원), 주말ㆍ휴일 2만6705엔(약 27만원)이다.

‘일본과 전혀 다른 일본’ 오키나와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은 사람이다. 가진 것을 모두 내어줄 것 같은 순박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오키나와 여행에 풍미를 더한다.

오상민 기자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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