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미 금리인상과 선수들의 버블 몸값이 원인 스토브리그란 말이 무색하다

꽁꽁 얼어붙은 시장경제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불황을 예고했다. KLPGA 투어 흥행을 이끌었던 대다수 기업들이 새 선수 영입은커녕 몸집 줄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프로골퍼 시장경제는 ‘예고된 한파’라는 말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 2000년대 후반부터 부풀어 오른 선수 몸값이 문제였다. 프로골프의 대중성과 인기, 홍보 파급력에 비해 선수 몸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프로골퍼의 메인 스폰서 계약기간은 3년이다. 계약기간 만료 후 선수와 기업이 모두 만족 시 재계약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는 몸값에 대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올 시즌 한국과 일본 투어를 병행 활약한 정재은(27ㆍ비씨카드)은 이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 희생양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1개 대회, KLPGA 투어 14개 대회 출전이라는 살인적 강행군 속에 톱10 두 차례 진입이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결국 내년 시즌 KLPGA 투어 시드를 잃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스폰서였던가. 

그런 면에서 국내 프로골퍼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아직 정비되어야 할 것들이 많은 듯하다. 우선 선수 선발 과정을 꼬집고 싶다. 대부분 기업이 단기간 흥행이란 카테고리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실력+미모’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말이다. 

그에 반해 일본은 한 선수와의 계약을 위해 1년 이상의 평가 기간을 갖는다. 관계자가 아닌 갤러리로서, 또는 팬으로서 충분히 검토ㆍ분석 후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선수인지를 확인한다. 물론 평가 기준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외모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계약기간은 국내와 비슷해서 3년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양측이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않는 한 계약기간은 그대로 연장된다. 일본 여자골프의 상징적인 두 인물 미야자토 아이와 요코미네 사쿠라(이상 31)가 일본의 프로골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대변한다. 

2004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두 선수는 각각 산토리(SUNTORY), 엡손(EPSON)과 메인 후원 계약해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용품 후원사 브리지스톤, SRI스포츠(던롭)도 바뀌지 않았다. 

반면 한국을 대표하는 레전드 최경주(46ㆍSK텔레콤), 박세리(39), 박인비(28ㆍKB금융그룹) 등은 한 때 스폰서가 없어 상당 시간 진통을 겪었다. 일부 언론으로부터 수차례 지적을 받았지만 선수와 기업 사이 얽힌 복잡하고 미묘한 흥행 방정식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흥행을 배제한 계약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단기간 흥행이라는 카테고리에 매몰되는 순간 선수 몸값은 수직 상승하고 이해관계는 쉽게 깨질 수밖에 없다. 1988년 투어 시스템 도입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세계 2대 투어로 성장한 JLPGA 투어가 내린 결론이다. 

필자 / 오상민 (스포츠ㆍ골프 칼럼니스트 겸 가압골프 인스트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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