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인터뷰
[열도에서 만난 사람] 브리티시 여자오픈 출전 배희경, “日本은 경유지…최종 목적지는 美國”

IMG_0508.JPG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88년생 동갑내기 3인방 전성시대’다.

김하늘(하이트진로), 신지애(스리본드), 이보미(이상 28ㆍ혼마골프)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3인방은 상반기 JLPGA 투어 5승을 합작하며 상금순위와 메르세데스랭킹(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부문 1ㆍ2ㆍ3위를 휩쓸고 있다. 이보미의 독주로 싱겁게 막을 내린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하반기 투어는 이들 3인방의 타이틀 경쟁이 열기를 더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타이틀 경쟁’ 속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선수가 있다. JLPGA 투어 2년차 배희경(24)이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달성 한 후에 또 다른 도전을 위해 현해탄을 건넌 한국 여자골프의 기대주다. 하지만 아직까지 JLPGA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엔 준우승만 두 차례 차지하며 상금순위 32위(3004만엔ㆍ약 3억2000만원)에 머물렀다. 올해도 두 차례나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를 펼쳤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처음에 일본에 가겠다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말리더라고요. ‘너한테는 안 맞을 거야’라면서요.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외국에 나가면 빨리 지치고 고전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까운 일본부터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자신과 맞지 않는 코스에서 플레이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장타자가 일본 코스와 맞지 않는다는 건 편견인 것 같아요.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까다로운 건 맞는데 OB가 적어서 오히려 편한 것 같아요. 러프에 떨어져도 어떻게든 리커버리만 하면 되니까요.”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코스 환경도 많이 달라요. 한국에선 샷 연습을 하려면 대회장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여긴 골프장 안에 연습장이 전부 갖춰져 있어서 편해요.”

그러나 배희경이 마음을 추스르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예선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나하고는 안 맞는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해외 투어 첫 도전이고, 조금 안 맞는다고 해서 돌아가면 앞으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드를 못 받더라고 남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IMG_0542.JPG

그는 JLPGA 투어 잔류 결심 후 우승 선수들의 플레이 내용을 분석했다.

“안선주, 이보미 선수가 일본에서 우승을 많이 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들의 경기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했고, 안전한 플레이를 한다는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이후 배희경은 일본 코스 공략에 최적화된 플레이를 위해 하나 둘 변화를 시도했다. 캐디를 일본인 기무라 쇼(21)로 교체했고, 장타보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지키는 플레이로 바꿔갔다.

배희경은 서글서글한 성격이 매력이다. 아직 서툰 일본어지만 일본인들과의 친화력도 칭찬이 자자하다. 밝고 쾌활한 성격만큼 다이내믹한 취미도 가졌다. 드럼 치는 걸 좋아한단다.

“교회에서 밴드를 했어요. 원래는 기타하고 베이스를 좋아하는데 손에 굳은살이 생기면 스윙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대신 드럼을 배운 거죠. 2개월 정도 학원을 다녔는데 악보를 보면서 연주할 수 있는 정도죠. 한국에 가면 드럼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요(웃음).”

김하늘과의 친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년 365일 중 300일 이상을 김하늘과 지낸다고 털어놨다. “전지훈련 가서 같은 방을 쓰면서 친해졌어요. 전지훈련 같이 다닌 지도 벌서 4년 정도 됐죠. 하늘이 언니가 후배들한테 굉장히 잘해요. 배울 점도 많고요.”

배희경은 22일부터 사흘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열리는 센추리21 레이디스 출전 뒤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사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서 외국 대회는 잘 안 나가요(웃음). 이번에 브리티시 오픈 출전은 크게 마음먹고 나가는 거라서….”

그의 큰맘 먹은 결정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과 약속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JLPGA 투어는 경유지일 뿐 목적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다.

“기회만 된다면 꼭 가고 싶어요. 우선 일본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해외 투어에 대한 불안감을 완벽히 극복했다고 느껴지면 도전할 겁니다.”

그러면서 하반기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2승에 상금순위 7위입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제 실력을 분석해봤는데 그 정도는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우승은 없지만 기회는 또 찾아올 거니까요.”

그의 별명을 ‘배긍정’이라 붙이고 싶다. 자신이 처한 모든 것에 긍정이라는 밝은 색을 입혀가고 있다. 거기엔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기운이 흐른다. ‘빅3’의 ‘그들만의 상금왕 경쟁’ 속에서 배희경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오상민 기자)

오상민  ohsm31@yahoo.co.jp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상민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