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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에서 만난 사람] ‘마이웨이’ 선언 신지애, “인비야, 리우올림픽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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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28ㆍ스리본드)에게 일본은 약속의 땅이다. 한국과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그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무대로 일본을 택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화려한 존재감은 팬들 기억 속에서 흐릿해졌다.

신지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떠나 본격적으로 일본에 정착한 건 2014년이다. 미국 LPGA 투어 카드가 있었지만 ‘마이웨이’를 선택하고 일본열도를 밟았다. 올해로 3년째. 한국과 미국에 이어 일본 상금왕을 노리는 신지애가 그간 혼신을 다해 싸워온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되돌아봤다.

    

그를 만난 건 시즌 18번째 대회 사만사타바사 걸스 컬렉션 레이디스 토너먼트(총상금 6000만엔ㆍ약 6억5000만원)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일본 이바라키현의 이글포인트 골프클럽 레스토랑에서다.

그는 대뜸 “골프에 미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기자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의 답변은 의외였다. “아니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미쳐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스스로 안달이 날 정도로 골프에 미쳐보고 싶어요.”

    

그는 여전히 골프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 오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골프에 미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 걸까. 성공한 사람은 자신에게 혹독하다고 했다. 신지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치고는 지나치게 혹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변한 게 없다. 단지 국내 골프팬들의 눈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JLPGA 투어는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 거예요.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투어를 뛰면서 느낀 점이지만 배울 게 너무나 많아요.” 바로 그것이 신지애가 미국 LPGA 투어를 떠나 일본에 온 이유이기도 했다.

    

신지애에게 여가(餘暇)는 사치에 불과하다. 운동 외 시간에도 골프를 생각할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다. 하지만 JLPGA 투어 대회장에서 신지애가 연습하는 모습은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회장 주변 연습장이나 이른 아침에 일찌감치 연습 끝내기 때문이다.

“시간 낭비하는 게 싫어요. 대회장에서 연습하면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말붙이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러면 연습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내린 결정이죠.”

    

그가 얼마나 완벽을 추구하는 선수인지를 알 수 있는 답변이다. 신지애는 매우 지능적인 골프선수다. 돌다리도 두들겨 건널 만큼 신중하다. 그만큼 손해를 보는 일도 없다. 그런 그에게도 롤모델이 여럿 있다.

신지애의 어릴 적 롤모델은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였다. 그를 통해 골프를 시작했고,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는 법을 배웠다. 박세리만을 바라보며 대선수가 된 신지애는 미국 LPGA 투어 진출 이후 또 한 명의 롤모델이 생겼다. 낸시 로페즈(미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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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이죠. 그와 이야기할수록 그가 왜 존경을 받는지 알게 돼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많이 끌렸어요.”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온 그다. 그런 신지애에게 로페즈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신지애 안에 또 다른 신지애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로페즈를 닮아갔다.

JLPGA 투어 진출 후 그의 마음을 훔친 사람은 JLPGA 전 회장 히구치 히사코(일본)다. “흐트러짐이 없는 걸 보고 놀랐죠. 자기관리에 철저하면서도 어느 자리에서든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나도 히구치 같은 사람이 돼야겠다’고요.”

신지애가 언급한 3인의 롤모델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대변한다. 승부근성이 뛰어난 선수, 인간미 넘치는 선수, 나이가 들어도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다.

롤모멜들을 보면서 미래를 준비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먼 미래보다 지금이 중요하죠. 전 막연한 목표는 세우지 않아요. 일단 올해 목표는 상금왕입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골프에 미치고 싶어요.”

은퇴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털어놨다. “언제 은퇴할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어떻게 은퇴하냐가 중요하니까요. 은퇴 후에도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언제 은퇴하든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에요.”

그런 신지애에게 올림픽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었던 걸까. 그의 답변은 단호했다. “전혀요. 만약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든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해서 세계랭킹을 올리려고 했겠죠.”

그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일본에 올 때부터 상금왕이 되겠다고 약속했을 했잖아요. 약속은 지켜야죠. 올림픽 출전은 영광이지만 지금 저한테는 명예보다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이에요.”

동갑내기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를 비롯한 리우올림픽 출전 4명의 한국 선수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부담감이 클 거예요. 하지만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잖아요. 크게 걱정은 안 해요. 잘 할 겁니다.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해요. 전 국민이 응원하고 있다는 걸요.”

그는 지금껏 그 힘으로 견뎌왔던 것 같다. 혹독한 승부의 세계에서 냉철한 승부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JLPGA 투어에 대한 국내 골프팬들의 무관심, 신지애에 대한 흐릿한 기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길을 걷는데 충실할 뿐이다. (사진=오상민 기자)

오상민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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