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벙커 사면에 박혀 더 공략이 힘든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골퍼가 그린을 직접 공략하였는데, 볼이 표적에 약간 못 미쳐 그 힘이 그대로 벙커 사면에 전해 져 박히는 경우다. 공격적인 공략이 실수로 이어질 경우 가혹한 벌칙이 돌아간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굴러서 벙커에 들어가는 볼은 안정적인 곳에 볼이 멈춘다. 이러한 현상을 설계적 용어로 리스커 앤 어워드(Risk & Awar)d라고 한다. 모험은 위험할수록 성공할 경우 보상은 뛰어나지만 실패 시 돌아오는 벌은 매우 가혹하다. 리스크 앤 어워드(Risk & Award)는 벙커 조성에 그대로 적용되며, 아마추어 골퍼와 프로골퍼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설계적 방법이다. 이 항목은 멕켄지가 강조한 1번과 2번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벙커는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알레스트 멕켄지 박사가 남긴 최고의 유작은 ‘사이프러스 포인트’, ‘로얄 맬번’, 그리고 ‘오거스타 내셔널’라 할 수 있다.
설계자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나이 60 전후에 설계한 작품들이다. 이들 3개 코스의 벙커를 보면 너무나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사이프러스 포인트의 벙커는 페어웨이보다 위로 솟은 벙커로 되어 있고, 때로는 내려앉은 벙커도 있다. 로얄 멜번의 벙커는 전체적으로 페어웨이 보다 낮게 패여 있고, 페어웨이 반대쪽은 항상 비관리 지역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벙커는 너무나 인공적이다. 칼로 잘라 놓은 듯한 경계와 인공적인 조경이 마치 정원을 보는 것 같다. 벙커만 봐서는 한 사람이 설계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알레스트 멕켄지 박사가 왜 그렇게 했는지는 그가 설명하는 사이프러스 포인트의 벙커에 대한 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사이프러스 포인트 코스·로얄 맬번 코스·오거스타 내셔널 코스)

“Cypress Point는 해변에 놓여 있고, 듄즈에 만들어진 코스이다. 모래 사구는 바람에 밀려 지형이 파도처럼 이루어져 있으며, 그런 파도 모래 사변의 벙커는 페어웨이보다 낮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프러스 포인트에는 솟아 있는 벙커를 조성하였다”

기존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였다. 이는 상기 항목의 4번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그렇게 맥켄지 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개 코스를 서로 다르게 설계했다.
이 이론은 레이크 조성에도 그대로 이용되었다. 로얄 멜번 코스는 워터 해저드가 단 한군데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지형에 물이 없었는데, 왜 인공적으로 물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져 본다면 답은 바로 나온다.

코스는 물론 해저드도 원래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이 최고의 설계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코스는 어떠한가. 코스를 돌면서, 너무나 인공적인 면이 보였다면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항목이라 판단된다.
조경이든, 벙커든, 다시 리노베이션을 해서 자연스러움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골프코스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고의 항목이다.

벙커는 골프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해저드이다. 다른 해저드와는 달리 특별한 규칙이 적용되고 모래가 있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코스 내 인공물이다. 하지만, 그 역할은 매우 다양하다. 플레이에 장애가 되지만 골퍼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증가 시킨다.
이러한 벙커의 올바른 활용은 골프코스를 한 단계 높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도구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벙커의 역할과 그 조성 방법을 올바로 이해하여야지만 구현 가능하다.

또한, 이는 골프클럽 오너가 되기 위해서, 총 지배인이 되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이기도 하다.
〈계속〉

류창현 ㈜R&H 대표이사  golf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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