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프로골프투어(KGT)가 열린 제31회 신한동해오픈이 모처럼만에 많은 갤러리와 함께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신한동해 오픈 최종라운드가 진행된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엔 마지막날 무려 1만4,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갤러리가 찾았다고 밝혔다. 1, 2, 3라운드 갤러리 방문을 포함한다면 약 2만4000명이 다녀간 것이다.

남자대회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구름관중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이색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전에 진행된 국내 남자 투어에서는 “갤러리보다 관계자가 더 많더라”는 조소 섞인 해당 골프장 측근의 말을 들었다. 그 것도 베어즈 베스트와 비슷한 위치에서 진행되었지만 골프팬심들은 여자대회로 쏠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남자대회에 구름관중이 몰린 까닭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아니 1회성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먼저 모처럼만에 국내 경기를 펼치는 절친 안병훈과 노승렬의 한판승부 때문이다. 여기에 김경태와 강성훈까지 가세하면서 스타를 보기위해 팬들은 이곳을 찾았다. 더군다나 마지막날 경기에서 안병훈과 노승렬의 치열한 정상 다툼이 시청률과 갤러리 동원을 자극했다.

또 한 가지는 최근 안병훈의 유럽피언투어에서의 성공적 스토리가 골프 팬 심을 자극했다.  뿐만아니라 최근 언론을 통해 탁구 스타 전 국가대표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이라는 뉴스가 알려지면서 직접 그를 보러 많은 갤러리들이 찾아온 것이다.
이를 미뤄볼 때 역시 골프대회의 성공은 스타와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대회였다. 조선일보 방우영 전 회장은 대한골프협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한국 골프가 발전하고 세계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스타선수 발굴이 우선이라”면서 적극 지원한 바 있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최경주, 허석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방 회장의 스타 발굴 맥락에서 캐낸 보물들이다. 

한국남자 프로대회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자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기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스타 발굴 부재, 회원들 간의 불협화음, 회장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했고 협회 직원 역시 수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필자 역시 2007년 스폰서가 없다고 해서 KPGA선수권을 본지 모사인 코리아CC에서 유치시킨바 있다. 국내 최초 5억원 대회로 진행했지만 협회의 미숙한 업무처리로 상처뿐인 대회로 끝났고 급기야 소송까지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되풀이 된다면 누가 자기 돈을 써가면서 대회를 유치하겠는가. 심지어 모 업체 직원은 “아직도 KPGA 직원들은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나아가 대회를 하거나 계약을 할 때 항상 KLPGA와 동등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고집한다고 덧붙였다.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이젠 분명 KPGA가 10년 뒤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LPGA도 불과 얼마전까지 수모당하고 냉대를 당했었다. 1992년도에 본지는 매일경제가 어렵다며 내놓은 메이저 타이틀 한국여자오픈을 골드CC에서 치른바 있다. 이 당시 골드 코리아 이동준 회장께서는 언더파로 우승하는 선수가 나오면 특별상금 3000만원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총 상금이 5000만원이었고 우승상금은 1250만원이니 2배가 넘는 액수였다. 하지만 결과는 이오순이 1오버파 217타 우승을 차지해 결국 언더파 우승은 나오지 않았다. 그당시만 해도 여자대회에서 언더파 우승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오버, 2오버파만 하면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물론 23년 전 일이지만 역으로 보면 여자프로들은 특별상금 3000만원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당시 여자 대회는 10여개에 불과했고 상금도 작았다. 이런  고난의 과정을 뚫고 이제 여자대회는 날짜가 부족해서 더 경기를 못치르는 29개 대회가 열리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하지만 남자대회는 기존의 대회들마저도 취소가 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겨우 12개 대회가 열리고 있고 심지어는 우승상금이 6천만원짜리 대회도 있다.

이번 신한동해 오픈은 초심으로 돌아가 반면교사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인다. 주변에서도 남자대회가 살아나니 자긍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옛날의 부귀영화에 젖어있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서 어떤 것이 남자대회를 위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협회의 잘못은 절대 아니다. 그 반은 협회 회원과 투어 선수들의 몫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종현 편집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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