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원제에서 퍼블릭코스로 전환한 A골프장을 다녀왔다.
예전과 달리 골프장 분위기가 많이 썰렁했다.
백을 내리는 직원들의 표정은 시큰둥하고 질문을 해도 귀찮다는 식이다.
설상가상으로 라운드 중 그늘집에 들려 자장면을 시키자 종업원은 4명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손에 가져와 식탁에 툭 내려놓고 갔다.
손님이 나눠줘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최근에 오픈한 퍼블릭 B골프장에 갔을 때도 비슷했다.
식당에서 주문한 메뉴를 깜박하는 것은 기본이고 재 주문을 한 음식도 감감 무소식이다.
심지어 미리 시킨 커피는 스타트 홀로 갈 때까지도 서빙이 되지 않아 한참 줄을 서서 받아야 했다.
A골프장은 퍼블릭으로 전환한 만큼 굳이 돈을 들여가면서 서비스는 할 수 없다는 방침이고 B골프장은 종업원을 적게 뽑아줘 일손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런가하면 최근 가장 럭셔리한 골프장 컨셉으로 오픈한 C골프장에서도 서비스는 뒷전이었다.
그저 골프장에 대한 치장과 보여주기식에만 급급하는 듯 했다.
캐디피가 15만원씩 하는데도 해당 캐디는 홀에 대한 정보나 안내에 매우 인색했다.
뿐만 아니라 볼을 찾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클럽 서빙도 고객이 한참 기다려야 전달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함께 라운드한 지인들 역시 왜 15만원씩을 줘야 하는지 분통해 했다.
아무리 골프장 운영이 어려워지고 경비를 절감해야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기본을 망각하는 경영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영국속담에 그 과일을 보면 나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 골프장의 서비스를 보면 그 골프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골프장에 그것도 이젠 골프장을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시대에 골퍼들이 다시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진정 골프장에서 알찬 결실을 보기위해서는 과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무의 밑거름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
한 통계에 의하면 국내 골프장의 평균 홍보.
교육비 지출은 전체 매출에 0.15%를 쓰고 있다.
홍보비를 다 포함해도 1%가 되지 않다.
이는 일반 기업의 홍보 교육비용 5%∼10%와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수치다.
IBM 창립자 톰 왓슨은 한 유망한 젊은 경영자가 자신의 회사에 1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히고 사직서를 내자 뭔 소리, 자네를 교육시키는데 단돈 1000만달러를 투자했을 뿐이네라고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만큼 직원을 위해 투자하는 교육과 홍보, 마케팅비는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방증이다.
우리의 뇌는 편안함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롭고 낯설음을 좋아한다.
안락하면 죽음이 빨리 오고 혼란스러우면 인간은 이겨낼 힘을 갖는다.
국내 골프장이 발전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주하기보다는 늘 새롭게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위험 감수는 혁신과 학습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뇌도 그를 원하고 있으며 고객도 늘 새로움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현 편집국장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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