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임기 오너 기분에 따라 결정 “역량 발휘할 수 있는 근무 년 수 보장해야”

지난 해 8월 A골프장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시범라운드가 진행됐다. 이곳 전문경영인 B씨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골프장 건설에만 매달렸다. 집을 가본지가 세네번일만큼 하루 24시간을 공사현장에 매달리다 시피 했다. 어렵게 시범라운드를 끝내고 다음날 정식 오픈하기 전날 해당 골프장 오너는 전혀 아무렇지 않게 “그만 두라”는 말만 남겼다. B는 그렇게 그만뒀다. 딱 1년만의 퇴사였다. 그런가하면 B골프장은 국내 기존 골프장들 중에서 꽤 명문과 대중적 인기를 끌어안고 운영되는 골프장이다. 이곳도 1년 전 국내 최고의 CEO 영입을 서슴치않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큰 대회도 유치하며 골프장 브랜드 네임을 성장시키며 관심이 고조되던 지난 가을 갑자기 CEO 취임 1년 만에 퇴사를 강요했다. 이같은 사례는 어쩌면 장업계의 빙산의 일각이다. 얼마 전에는 신설 C골프장 대표이사가 3개월 만에 경질됐다. 강원도 A골프장은 개장 1년만에 3명의 대표이사가 바뀐 경우도 있다. 동량지재(棟梁之材)란 말이 무색해 진다. 마룻대와 들보로 쓸 만한 재목(材木)을 찾기 위해, 인재를 찾아 삼고초려 하는 경우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유독 국내 골프장만큼은 동량지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전문경영인들은 골프장 오너의 취향에 따라 선택되는 태풍 앞의 촛불이다.

◆지난 한해 동안 본지 조사 49곳에서 대표이사 45명 물러나

본지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직 CEO는 약 45명이었다. 이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곳까지 따져보면 약 60여곳의 CEO가 바뀐 것이다. 2006년 본지 조사 국내 CEO 평균 근무가 1년8개월이었다. 그런데 이번 50개 골프장을 표본으로 조사한 국내 CEO 평균 수명은 놀랍게도 1년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오너 2세 및 친지가 맡은 골프장 CEO는 평균 5년동안에 표본조사 골프장에 단 한 곳만이 바뀌었다.

이에대해 국내 골프장 전문가들은 골프장이 진정한 경영의 시대에 접어든 만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관이나 혈연, 지연 인사를 써 가면서 맘에 들지 않으면 새로 바꾸던 구시대적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사, 회계, 전문 분야에 대한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면 최소 3년은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 철저하게 관리 분석된 야구감독도 최소 3년 임기는 보장하는데 골프장 CEO는 3년 의무가 필요하다.

물론 골프장 CEO들 중에서 자기가 전문가라며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수준이하 전문경영인도 많다. 얼마 전 A골프장 오너는 대화중에 B가 풀어내는 화려한 미사여구만 듣고 검증도 안한 채 골프장 대표이사로 채용했다가 3개월도 안 돼 결별하는 사례도 있었다.

◆철저하게 검증하고, 선택했다면 최소 3년은 보장해줘야 장 업계 발전

골프장 CEO 자리는 타이틀만 가지고 오는 고객 입맛만 맞추는 곳이 절대 아니다. 인사관리, 회원관리, 회계 관리, 조직관리, 코스관리, 대외적 행정관리, 회원과 회사 고충관리 등 3D업종이다. 회원의 직업과 성격, 골프취향도 알아야하고, 잔디 종류와 농약 종류, 코스 기계 성능도 알아야 한다. 계절에 따라 시비 타이밍도 알아야 하고, 직원들의 복지와 서비스까지 챙기며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가끔 외부 인사 초청 교육과 컨설팅도 한다. 새벽 5시에 제일 먼저 출근해 10시 제일 늦게 퇴근하는 참 고된 자리이다.

골프장 성패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다. 기분에 따라 그 중요한 자리를 바꾼다는 것은 곧 골프장의 경영이 위기로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1년은 골프장에 대한 분석과 계획을 잡는다면 또 다른 1년은 개선하고 새롭게 혁신할 수 있는 그리하여 독자적인 골프장 경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나머지 1년은 보다 안정된 운영 아래 또 새로운 3년을 위한 골프장의 경영을 수립하는 시기라고 본다. 120년 된 일본의 다키화학(골프장 비료 생산)은 그 어려운 시간이 많았지만 단 한명의 직원을 자르거나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뽑을 때 철저하게 하고 어려울 때는 함께 고통분담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일본의 PGM 그룹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인재와 코스의 효율화였다고 한다. 

인사가 만사이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자르는 것이 답은 아니다. 자주 인재를 바꾸는 것 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 노마지지란 말이 있듯이 노련한 사람을 다시 재 교육시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 일 것이다. 또한 요즘 전문 CEO 대신 본부장급 운영 체제로 많이 바뀌고 있다. 이 역시 골프장의 변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본부장을 뽑는 것 역시 CEO 맥락과 다를 게 없다. 더 이상 국내 골프장 CEO 임기가 오너의 기분에 맞춰지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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