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홀(파4)이 어려워요. 길고 오른쪽엔 해저드까지 있어서 티샷할 때 압박감이 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 일본여자오픈(총상금 1억4000만엔ㆍ약 15억2000만원)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의 말이다.

전인지는 이 대회를 하루 앞둔 28일 일본 도치키현의 가라스야마조 컨트리클럽 니노마루ㆍ산노마루 코스(파71ㆍ6506야드)에서 이처럼 말했다.

지난 25일 일본에 입국한 전인지는 사흘간의 연습 라운드를 통해 대회 2연패를 타진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14개의 클럽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인지는 “평소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대회 때 쓸 14개의 클럽을 결정해요. 하지만 이번에는 웨지를 하나 더 넣어야 할지, 웨지 하나를 빼고 유틸리티를 쓸지 고민이에요. 이게 다 17번홀 때문이에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지난해 US여자오픈을 제패,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거치지 않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전권을 따낸 전인지는 올 시즌 리우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등 누구보다 바쁜 시즌을 보냈다.

특히 전인지는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 전 세계 골프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한ㆍ미ㆍ일 3국 메이저 대회 석권에 이어 LPGA 투어 2승을 전부 메이저 대회로 장식, 역대 최강 ‘메이저 퀸’임을 입증한 셈이다.

일본 기자들 역시 전인지의 메이저 대회 강세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이에 전인지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이와 비슷한 질문을 너무나 많이 받았어요”라며 “메이저 대회 코스에서 제 기술이 잘 발휘된 것 같아요. 메이저 대회 코스에선 단 한 가지 클럽에 강점이 있는 사람은 우승하지 어렵죠. 14개의 클럽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아요.”

이어 전인지는 “메이저 대회라는 엄청난 부담감도 저한테는 즐거움의 한 요소에요. 이번 대회도 즐길 준비가 됐습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의 리우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드러냈다. “(박인비) 언니는 누구보다 올림픽 부담감을 안고 있었죠. 비록 (올림픽 전에는) 많은 대회엔 출전하지 못했지만 올림픽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거죠. 저는 누구보다 언니의 금메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10개월 만에 출전한 JLPGA 투어에 대해서는 “올림픽 준비 때문에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 출전하지 못했어요. 가능하면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는데 사정상 그러지 못한 점 아쉽게 생각합니다. 성적을 떠나 JLPGA 투어 무대에 다시 섰다는 게 행복해요. 평소에 못 먹었던 낫또도 맛있게 먹었죠(웃음)”라고 말했다.

대회 2연패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답변으로 일관했다. “내일(29일)도 비가 올 것 같은데 비가 오면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요. 비거리도 덜 나오기 때문에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아요.” 도치기현(일본)=오상민 기자, 사진=KLPGA

도치기현(일본)=오상민  ohsm31@yahoo.co.jp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