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계획이요? 분명이 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당분간 골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골프라고 생각하니까요.” 2016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의 말이다.

박인비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2016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금메달 획득과 향후 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박인비는 “이번 리우올림픽 기간 동안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박인비는 “이번 리우올림픽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골프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귀국 후 가족과 강원도 여행을 했는데 사투리를 쓰시는 할머니 두 분이 나를 알아보시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평소에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올림픽의 파급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리우올림픽에서 손가락 부상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획득, 사상 첫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그러나 그의 부상이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박인비는 이날 왼손 엄지손가락에 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그는 “병원으로부터 3주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깁스를 풀어도 3주 정도는 재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에비앙 챔피언십은 나갈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박인비는 한때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고심 끝에 리우행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인비는 “사실 포기하고 싶었다. 몸이 100%가 아니었고, 언제 어떻게 아플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다. 컨디션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대로 포기한다면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로 포기한다면 내 골프인생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올림픽 포상금 사용 계획에 대해서는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면서 골프에 많은 힘이 될 거라 생각했다. 예전에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팬 층이 형성됐는데, 이제는 어린 아이나 젊은 친구들도 골프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많은 응원 덕에 큰일을 이뤘다. (포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고민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서 뜻 깊은 일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20세 전후 어린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박인비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강세는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내 나이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도 출중한 기량을 이어가고 있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나이 영향을 덜 받는 편이기 때문에 (베테랑 선수들도)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가진 박인비는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강철 멘탈’을 자랑한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압박감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랐다.

이에 대해 박인비는 “평상시에도 한 가지에 집중하면 주변이 안 보인다. 가족들한테도 ‘무관심하다’라는 말을 듣는데 이 점이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하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메이저 대회나 긴장감이 많은 상황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최대한 집중한 것 같다. 매 라운드 끝날 때마다 체력 소모가 상당히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나 출산 계획에 대해 묻자, 박인비는 “은퇴를 한다면 그동안 남편에게 받은 내조에 보답하며 지낼 생각이다. 출산 계획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이를 기르는 동안 아이에게 소홀이 하고 싶지는 않다. 출산을 한다면 은퇴 후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을 때 할 것이다. 지금은 골프가 더 좋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골프이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앞으로 재활을 마치면 시즌 대회에 얼마나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한 두 개정도는 나갈 수 있겠지만 완치에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사진=오상민 기자)

오상민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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