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17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사만사타바사 걸스 컬렉션 레이디스 토너먼트(총상금 6000만엔ㆍ약 6억7000만원)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미정(34ㆍ진로재팬)이다.

그는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2013년 PRGR 레이디스컵 이후 3년 4개월 만의 우승이기에 감동은 더 컸다.

전미정은 그간 은퇴 시기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작년에 한국 집으로 돌아가 골프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집에서도 찬성을 했고, 은퇴 시기가 문제였다.”

이어 전미정은 “골프가 너무 싫었다. 대회장에 나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며 힘들었던 지난 3년을 회상했다.

전미정은 또 “골프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사회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걱정이었고, 내가 잘하는 건 골프 밖에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그런 전미정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전 스윙코치이자 형부인 김종철(42) 씨 덕이 컸다.

김종철 씨는 전미정이 JLPGA 투어 진출 이후 성공신화를 함께 써내려간 주인공이다. 전미정은 김 씨의 스윙 지도를 받으며 JLPGA 투어 상금왕(2012년)까지 올랐다.

김 씨는 지난주 일본으로 건너가 슬럼프에 빠져 있던 전미정과 만났다. 이에 전미정은 김 씨에게 “정말 열심히 하면 다시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김 씨는 “그러니까 내게 일본까지 온 거다.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씨의 말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오랫동안 전미정을 괴롭혀온 어깨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컨디션도 좋아졌다.

특히 사만사타바사 걸스 컬렉션 레이디스 최종 라운드가 열린 17일 오전에는 퍼트 감까지 살아났다.

전미정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 데 좋은 스윙이 나왔다. 그래서 자신 있게 플레이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씨의 칭찬이 힘이 됐다. 전미정은 “형부가 ‘지금까지 봤던 스윙 중 제일 좋은 것 같다. 오늘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고 말해줬는데, 사실 그 말을 듣고 한참 웃었다(웃음)”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전미정은 사흘 동안 단 하나의 버디로 허용하지 않은 채 10언더파라는 스코어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 씨는 전미정이 홀아웃 후도 “오늘 정말 잘했다. 이 정도면 결과에 상관없이 만족이다”라며 전미정을 격려했다. 전 스윙코치의 빠뜻한 칭찬이 얼어붙어 있던 전미정을 움직인 것일까. (사진=오상민 기자)

이바라키(일본)=오상민  ohsm31@yahoo.co.jp

<저작권자 © 레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