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쯤 됐을까. “꼬기오”하는 수탉 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오랜 만에 귀에 들려온 정겨움의 목가적 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법 멀리서 들려온 수탉 울음소리로 인해 묵직한 눈꺼풀을 들어 올리게 했다. 잠시 뒤 옆집 개짓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도심에서는 느낄수 없는 풍경 그대로이다. 이곳이 바로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우시쿠(牛久)다.

이곳은 ‘도쿄에서 멀지 않은 시골’이다. JR 우에노(上野)역에서 조반(常磐)선 특급열차로 40분이면 충분하지만 마을 풍경은 영락없는 시골이다.

이바라키현은 골프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도쿄에서 멀지 않은 우시쿠 주변은 더 그렇다. 이글포인트 골프클럽, 킨노다이 컨트리클럽, 아미 골프클럽, 류가사키 컨트리클럽 등 개성이 뚜렷한 골프코스가 밀집돼 있다.

그 중 이글포인트 골프클럽은 2011년 1월에 개장한 신생 코스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프로골프 토너먼트를 유치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사만사타바사 걸스 컬렉션 레이디스 토너먼트다. 도쿄와 인접해 접근성이 좋은 데다 빼어난 코스 설계로 폭넓은 골퍼로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골프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쪽으로 분리돼 있다. 18홀 중 11홀은 서북쪽으로, 9홀은 남동쪽으로 나뉘어 있어서 1번홀에서 2번홀(이상 파4), 8번홀(파5)에서 9번홀(파3)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도로 밑 굴다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골프장의 가장 큰 특징은 완만한 임간(林間) 코스라는 점이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페어웨이 양옆으론 무성한 숲이 조성돼 있어 오래된 자연휴양림에서 산책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큰 굴곡 없이 완만한 코스로 이루어져 레벨에 상관없이 유쾌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단, 고도의 전략성을 요하는 코스인 만큼 계획적인 샷은 필수다.

프로골퍼들의 평가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진 않는다. J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신지애(28ㆍ스리본드)는 “한국 골프장과 비슷해서 편안하게 칠 수 있다”며 “페어웨이는 넓지 않지만 OB가 거의 없어서 오히려 압박감 없이 라운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의 콘셉트는 친환경이다. 소박한 꽃 정원으로 장식한 골프장 진입로는 물론 모던하면서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클럽하우스, 기존 숲을 최대한 그대로 살린 임간 코스가 그것을 입증한다.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지어진 클럽하우스는 길쭉한 나무들 사이에서 수줍은 듯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내부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실속 있다. 간접 조명(빛의 반사 광선을 이용한 조명)과 사계절 자연 채광이 가능한 통유리로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은 줄이고 인테리어 효과는 극대화했다.

이바라키현 유명 코스에서 일본 골프장의 진수를 맛봤다면 오후엔 ‘불야성’ 도쿄를 느낄 차례이다. 일반 열차를 이용해도 1시간~1시간 30분이면 우에노, 신주쿠, 아카사카 등 도쿄 중심부 어디든 접근이 가능해 골프와 함께 도쿄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에겐 이상적인 코스다.

굳이 도쿄로 가지 않아도 골프장 주변엔 먹을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특히 이글포인트 골프클럽 주변엔 세계 최대 규모의 우시쿠 대불(大佛)이 유명하다. 높이는 120m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불상 가슴 높이까지 올라가면 우시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또 히타치노 우시쿠, 우시쿠, 사누끼 등 JR 조반선 역 근처엔 크고 작은 호텔과 특색 있는 음식점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앙고나베(아귀탕), 우나기(뱀장어), 소바(메밀국수) 등이 이바라키현 대표 먹을거리다.

우시쿠 지역 골프장은 대부분 국내 골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바라키 전 지역을 통틀어 우시쿠만큼 도쿄로의 접근성 좋은 골프장을 많이 보유한 곳은 없다. 공항(나리타ㆍ하네다)에서 멀지 않아 좋고, 자연휴양림 같은 골프장 라운드는 더 좋다. 라운드 후 도쿄 여행은 덤이다. 한여름에도 이바라키현 골프장을 이용하는 이유다. (사진=오상민 기자)

이바라키(일본)=오상민  ohsm31@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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