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큼은 맘껏 떠드는 것이 에티켓 ‘선수, 갤러리’ 모두 긴장을 풀다

이제 도입 단계 미숙운영도 드러나, 아이들 앞에서 맥주 제공 등 눈살 찌푸리게 해

국내남자 골프투어에서도 미국 휘닉스오픈에서만 보아왔던 ‘골프 해방구’ 홀이 지정돼 갤러리들에 큰 호응을 얻어냈다.

지난 6월12일 88CC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투어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15번홀(파4, 317야드)을 골프해방구 홀로 지정했다. 그동안 국내외서 열리는 골프대회는 절대 정숙해야 하는 에티켓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열린 먼싱웨어 매치플레이는 조용히(QUIET)라는 팻말이 사라지고 팅그라운드 뒤에 스탠드를 설치해 맘껏 환호하고 응원하며 야유도 할 수 있게 했다. 먼싱웨어가 새롭게 선보인 골프해방구로 인해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신선하다”, “마치 일탈의 즐거움이 느껴진다”면서 반겼다.

하지만 올해 첫 도입하는 이벤트 이다보니 갤러리와 선수들 역시 서툴고 낯설어 했다. 송영한 프로는 “처음이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제대로 팬서비스도 못하고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적극적으로 응원에 응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갤러리로 참가한 분당에 거주하는 박현진(45)씨도 “선수에게 환호하고 야유하고 웃고 떠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쭈빗 거렸다”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골프해방구에 대한 아쉬움을 보였다. 반면 미국의 휘닉스오픈 16번홀은 마치 야구장을 방불케 하는 2만여명의 갤러리가 선수와 하나가 되어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먼싱웨어 측은 이외에도 원포인트 레슨, 넌센스 퀴즈와 아울렛 매장 등을 설치해 갤러리들에게 다양한 이벤트 거리를 준비했다. 가뜩이나 남자골프대회 수가 줄어들고 흥행도 떨어지고 있어 이번 골프해방구 설치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휘닉스 오픈도 갤러리가 줄고, 대회 흥미가 떨어지자 과감한 변화와 역발상을 통해 만든 것이 골프해방구이다. 이를 통해 갤러리는 3배 이상으로 늘었고 최고의 흥행대회로 발전했다. 하지만 휘닉스 오픈도 지나친 자율로 인한 문제점이 노출돼 선물 투척(안전사고) 행위, 선수와 캐디 그린까지 달리기(안전사고)등의 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

이번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새롭게 시도한 ‘골프해방구’ 이벤트는 신선하고 즐거움을 주었지만 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 B씨는 “넌센스를 통해 어린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맥주를 선물로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갤러리 C씨 역시 “갤러리들의 재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난센스 퀴즈와 같은 진행은 너무도 진부하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감동과 재미를 주는 고급스러움이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갤러리 D씨 역시 “골프해방구는 매치플레이 보다는 스트로크 플레이가 더 좋은 것 같다. 더 많은 스타 선수의 퍼포먼스와 명품 샷을 볼 수 있는 기회라”며 아쉬워했다.  

레이크우드 김국종 대표이사는 “골프해방구와 같은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 특히 갤러리가 즐거워하는 골프대회가 열리는 것에 대해 절대 찬성한다. 이를 통해 골프장과 남자대회, 그리고 골프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길 바란다”는 평가를 보였다.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국내서 첫 시도된 ‘골프해방구’ 이벤트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이다. 하지만 더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문제점을 남기기도 했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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