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약 15년간에 걸쳐 국내 골프장 CEO와 예약 담당자들은 대통령 비서실보다도 더 막강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죽하면 자신의 명함에 휴대폰 번호는 절대 넣지 않았다. 전화가 와 봤자 십중팔구는 예약 청탁과 관련됐기 때문에 피하는 게 상수였다. 만약 일반인이 골프장을 출입하려면 경비실부터 절차를 밟아서 재가가 나야 겨우 골프장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 문지방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골프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 골프장 CEO가 자신의 명함에 휴대폰 번호를 고딕으로 인쇄해 다니면서 영업을 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시대에서 CEO의 역할은 얼마만큼 많은 고객을 유치하느냐가 제1의 능력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골프장 오너들도 이제는 직접 회원을 만나서 골프장 사정과 형편을 이야기하고 귀 기울인다. 회원들의 불만을 최소화 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아직도 90년대의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골프장들이 있다. 한 예로 A골프장을 돌면서 코스와 영업에 대해 폄하했다가 출입정지를 받은 골퍼가 있다. 그런가하면 CEO에게 문자와 카톡을 보내도 전혀 피드백을 주지 않는 골프장도 있다. 이를 항의 하자 정작 CEO 본인의 답은 없고 밑에 직원을 통해서 사태를 파악만 할 뿐이다. B골프장 CEO는 약속 없이 사무실을 찾아왔다면서 이유도 묻지 않고 돌려보낸 예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찾아온 손님에게 거의 반말성 어투와 행동으로 대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한술 더 떠 뒤돌아서면서 “우리 골프장이 어떤 곳인데 별 것들까지.......”라며 흥분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골프 모임에서 해당 골프장의 CEO를 거론 했을 때 하나같이 “너무 건방지다”, “정이 안 간다”등의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누구나 보는 시각은 상통한다. 심지어는 해당 골프장 임직원 보기 싫어서 그 골프장 안가겠다고까지 말한다. 고객 충성도와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면 결국 골프장의 경영 위기로 내몰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해야 골프장 운영에 힘이 실리는 시대의 중심에 서있다. 조선시대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맹사성은 19세에 장원급제를 했다. 지방 군수로 발령을 받은 뒤 고승을 찾아가 자신이 공적인 일을 하면서 가져야 할 좌우명을 구했다. 고승은 “나쁜 일 하지 말고 착한일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자 맹사성은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라며 화를 냈다. 그러자 고승은 찻잔에 찻물이 차면 바닥을 적시듯 지식이 넘치면 인품을 망친다고 했다. 그제야 알아들은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가다 방문 상단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고승께서 “고개를 더 숙이면 매사 부딪치는 법이 없거늘”하며 혀를 끌끌 찼다.

O.메러디드는 “겸손을 배우려 하지 않는 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고 했다. 남들은 이미 다 알고 해당 골프장 CEO에 대해 뒷 담화를 하는데 정작 자신만 모른다.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있다. 끝까지 올라간 용은 반드시 내려오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잘 나갈 때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어려우면 초심을 돌아보고 성공하면 마지막을 살펴야 한다. 

얼마 전 골프담당 기자들의 모임에서도 모 골프장 CEO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가 “건방져서 싫다”라는 말부터 나왔다. 서비스의 간두에 서있어야 할 골프장 CEO가 이런 평가를 받는다면 해당 골프장의 미래는 안 봐도 뻔하다. 

이종현  huskyle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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